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14일 3만명의 시민이 모인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는 44년 전 대동정신이 재현됐다. 80년 5월 시민군에게 나눠주던 주먹밥이 등장한 데 이어 커피 등 음료 선결제 나눔도 이어졌다.
14일 오후 ‘윤석열 즉각 퇴진·구속, 국민의힘 해체’ 광주시민총궐기대회가 열린 금남로 집회장에는 10여개의 먹거리 부스가 등장했다. 이 부스는 시민들의 후원과 봉사로 마련됐다.
오월어머니들 10여명은 집회장 한켠에서 주먹밥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었다. 주먹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되면서 잠시도 쉴 틈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날 준비된 5000인분의 주먹밥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후원금으로 마련됐다. 종이컵에 담긴 주먹밥을 받아든 시민들은 “감사하다” “끝까지 함께하겠다” 등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추운 날씨 탓에 커피와 어묵, 컵라면 등 부스도 인기였다. 시민들은 음료가 담긴 따끈한 국물과 음료로 손을 녹였다. 또 한쪽에서는 깔개와 핫팩을 전달하며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왔다.
집회 참여시민들을 위한 ‘선결제 릴레이’도 계속됐다. 주변 카페 10여 곳에는 음료 500여잔의 선결제가 이뤄졌다. 각 카페에는 내부는 긴 대기 줄이 형성됐다. 커피 50잔을 결제한 익명의 한 여성은 카페 내에 있는 시민들에게 “원하는 거 마음껏 드시고 끝까지 함께 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구 일곡동 주민 박성재씨(54)는 “44년 전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대동정신이 다시 살아난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하다”며 “기회가 되면 저도 시민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당초 예상된 1만명의 3배가 넘는 3만여명 시민이 모였다. 오후 2시부터 꾸려진 주먹밥 등 먹거리 부스와 선결제 음료는 약 2시간 만에 동이 났다.
주최 측인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 광주비상행동’(비상행동)은 오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