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이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일대는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이곳에 모인 4만여명의 시민은 일제히 “국민이 이겼다” “민주주의가 이겼다”를 외치며 주먹을 높이 치켜세웠다. 서로를 얼싸안거나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아 기쁨의 눈물을 훔치거나 시민도 많았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집회장에서 벗어나 골목이나 주변 상가에 자리하고 있던 시민들도 박수를 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주변 빌딩에 있던 시민들도 일제히 창문을 열고 함성을 지르고 손뼉을 쳐댔다.
무대 앞에는 ‘광주시민과 국민들의 승리’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졌다. 시민들은 오후 늦게까지 집회장에 머물며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린 금남로 앞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 속 두꺼운 외투로 중무장한 시민들은 무대 앞자리부터 차례대로 자리했다.
오후 3시가 되자 애초 예상 인원인 1만명을 넘어섰고,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4시쯤에는 주최 측 추산 4만여명이 모였다.
집회장 한쪽에 마련된 ‘나눔 부스’는 추운 날씨 속 시민들을 응집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힘이 됐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피켓을 직접 만들고, 주먹밥과 어묵, 컵라면, 쿠키 등을 먹으며 배를 채웠다. 이곳 부스들은 모두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주변 가게 곳곳에서는 선결제 나눔도 잇따랐다. 인근 카페 등 10곳은 시민이나 단체에서 선 결제한 음료 500여 잔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나눔 음식과 음료는 약 2시간 만에 동이 났다.
북구 일곡동 주민 박성재씨(54)는 “44년 전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대동정신이 다시 살아난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하다”며 “기회가 되면 저도 시민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본 집회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윤석열 탄핵’ ‘국민의힘 해체’를 목청껏 외쳐댔다. 신나는 드럼 비트의 윤석열 탄핵 관련 노래가 나오자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고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이윽고 대형 스크린에 탄핵안 가결이란 글씨가 뜨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환호가 터져나왔다. 곳곳에선 태극기가 휘날리고 각양각색의 야광봉이 밤 거리를 가득 메웠다.
전남대 3학년 박민수씨(23)는 “또다시 가결되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이라며 “국민이 뭉치면 얼마나 강한지, 또 국민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윤석열이 느꼈길 바란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은 탄핵소추안 결과가 발표되고 한참이 지난 오후 7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윤석열 탄핵’ 등 내용으로 개사한 ‘무조건’과 ‘징글벨’ 등 노래를 스크린을 보며 따라 부르며 춤을 추고 환호했다.
광주·전남 시민사회도 ‘국민의 승리’라며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 기념재단은 공동 입장을 통해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가 세워졌다”라며 “다시는 이 땅에 독재와 불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계엄 내란 세력에 대한 국회의 첫 심판이자 언 손을 호호 불며 응원용 봉을 든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담화문을 통해 “살을 에는 추위에도 쉼 없이 탄핵을 외친 국민의 승리”라고 밝혔다.
주최 측인 ‘윤석열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도 입장문을 내고 “1980년 5월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장갑차를 온몸으로 막아서며 죽음으로 저항했던 5·18은 이렇게 부활하게 됐다”며 “다시는 불법 내란이 발붙일 수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끝까지 지켜보고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광주 ·전남지역 1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비상행동은 오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계획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