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DNA가 암의 전이와 재발을 막는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종양에서 분비되는 유전물질인 DNA에 암 전이와 재발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암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한상 교수와 미국 코넬대 의대 데이빗 라이든 교수 연구팀은 DNA가 세포 밖 소포체에 담기는 원리와 함께 이 DNA가 인체 조직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에 게재됐다.
세포는 기능 유지와 신호 전달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매우 작은 입자를 분비하는데, 이를 세포 밖 소포체라 한다. 세포 밖 소포체에는 DNA, mRNA 등의 유전물질과 다양한 생분자 물질이 포함돼 있어 표적 세포에 도달하면 세포 간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하지만 DNA가 세포 밖 소포체에 어떤 방식으로 담기며 암 전이 과정에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은 상태여서 연구진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전장 유전체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세포 밖 소포체에 DNA를 담는 과정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유전자는 인체 내에서 면역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APAF1, NCF1)로 확인됐으며, 이 DNA는 막으로 된 구조를 경계로 70%는 외부에, 30%는 내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DNA에 담긴 복잡한 유전정보를 세포의 작은 공간 안에 압축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DNA와 결합돼 있는 히스톤이란 단백질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토대로 세포 밖 소포체 속 DNA가 인체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이 DNA가 실제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 대장암 2·3기 환자의 조직에서 암 재발 여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세포 밖 소포체에 담긴 DNA가 많은 그룹에선 전이로 인해 암이 재발한 비율이 4%에 그쳤고, DNA 양이 적은 그룹에선 암 재발률이 25%에 달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실험용 생쥐를 통한 실험에서도 종양에서 분비되는 세포 밖 소포체의 DNA가 면역반응을 유도해 암 전이를 예방하는 기전이 확인됐다.
김한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종양에서 분비되는 DNA가 전이되는 장기에 면역반응을 일으켜 암 전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세포 밖 소포체를 활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암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