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이 15일 국회의장실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12·3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에서도 1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였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12년 전 노무현, 8년 전 박근혜에 이은 세 번째다. 비록 정족수를 4표 넘기는 데 그쳤지만, 헌정 질서를 유린한 윤석열에 대한 민심의 탄핵 요구에 국회가 응답한 걸로 볼 수 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최대 과제는 국정 안정이다.
국회 탄핵 소추로 윤석열의 직무는 14일 오후 7시24분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한 권한대행은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는 대내외적 난관을 극복하고, 국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법 절차에 따라 직무대행이 됐지만, 그와 내각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은 15일 내란 방조 피의자인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국정 리더십이 붕괴된 상황에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뜻일 게다. 한 권한대행은 넘겨받은 대통령 권한 행사를 절제해야 한다. 정부를 이끌며 안보나 경제 문제 같은 중요 현안에 대처해야 하지만, 모든 국정 현안을 국회와 논의한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대통령 직무 정지로 이제 국민이 직접 선출해 권력을 위임한 기관은 국회뿐이다. 국회가 국정운영을 주도해야 하는 책임과 역할이 실로 막중하다. 지금 같은 비상 시기에 국회와 정부가 따로 논다면, 국정 혼란은 수습이 불가능하다. 그 어느 때보다 여야, 야당·정부 간 대화·타협의 정신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실종된 협치를 살려내 국민과 해외에 나라가 정상화된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정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다. 정부도 “여야를 포함한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권력 공백 상태에서 여·야·정이 긴밀히 협력해 정책을 조율하고, 내각이 그 결정을 집행한다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라며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제안을 거부했다. 여당은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야당과 힘겨루기하며 국정 혼란을 방치하자는 건가.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일말의 죄의식이라도 느낀다면, 나라와 국민을 위한 협치에 앞장서야 한다.
가뜩이나 민생경제가 어려운 터에 계엄 사태로 한국 경제의 불안감이 커져 있다. 신속하게 추경을 편성해 경기 부양과 민생경제 회복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한 입법도 여·야·정 협의를 통해 뒷받침돼야 한다. 한 달 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안보 환경의 급변에 대처하는 것도 시급하다. 여·야·정이 합심한다면, 국가적 위기를 조기 수습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전화위복 계기로 만들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역할도 중요하다. 헌재는 탄핵 심리 기간이 최장 180일이지만 국정 공백과 혼란이 길어지지 않도록 심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또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내란 피의자’ 윤석열이 헌재 심판을 지연시키려 한다면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