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이 있다. 먹고살기 위해 온갖 더러운 짓도 마다할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포도청은 조선시대 때 범죄자 잡는 일을 맡아 보던 관아다. 오늘날의 경찰청이다.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를 참고해 포도청 조직을 대강 살펴보면, 현재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포도대장 아래에 포도종사관, 포도부장(포교), 관할 구역을 순찰하고 죄인을 잡아들이는 일을 하던 하급 병졸인 ‘나졸’ 등으로 구성됐다. 나졸은 “지방 관아에 속한 군뢰(군대에서 죄인을 다루는 일을 맡아 보던 병졸) 등을 통틀어 이르던 말”이기도 하다. 포도청의 나졸은 “포도청에 속한 군졸”이란 의미에서 ‘포졸’로도 불렸다.
이들 포졸은 ‘당파’ ‘육모방망이’ ‘오라’ 등으로 무장했다. 당파는 사극 등에서 흔히 보는,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긴 창이다. 조선 후기 들어 조총이 보급되면서 당파는 주로 의장용으로만 쓰였다. 요즘으로 치면 테이저건으로 무장한 셈이다. 포졸이 당파나 조총보다 더 널리 사용한 무기는 육모방망이다. 목질이 단단한 박달나무를 육각형으로 깎아 만든 이 방망이는 위력이 대단해 범죄자를 제압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지금의 경찰 삼단봉이다. 이들 무기로 제압한 범죄자는 오라로 묶었다. 수갑을 채우는 것이다. 사극에서 “죄인은 오라를 받으라”는 대사로 종종 등장하는 오라는 붉은색의 굵은 줄이다. 현대에는 ‘포승줄’이 이를 대신한다. 세월이 흘렀지만 포도청과 경찰청의 무기가 흡사한 점이 흥미롭다.
어떤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혼자 하는 말인 ‘우라질’이 오라에서 유래했다. ‘오라에 묶여 끌려갈 신세’를 뜻하는 ‘오라질’이 변해 ‘우라질’이 됐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오라질’과 ‘우라질’이 같은 뜻의 말로 올라 있다.
우리는 과거 세 대통령이 내란죄와 국정농단으로 포승줄에 묶인 모습을 봤다. 그런데 또 한 명의 대통령이 ‘역사의 오라’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국가를 상징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다 오라에 묶이는 일이 반복되는 현실이 참 슬프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