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 비상계엄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권한은 한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등 여당이 반대한 민생 법안들과 ‘김건희 특검법’ ‘윤석열 내란 특검법’에 대한 심의를 앞둔 한 권한대행에게 “처신 잘하라”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6일 MBC 라디오에서 “의회 권력이 행사한 입법권에 대해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단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가 있겠느냐”라며 “이것이 (한 권한대행의 중립성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일단 한 권한대행은 탄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에 이어 총리까지 탄핵되면 국정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중립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농업 4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지 여부를 중립성을 판단할 첫 시험대로 꼽는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 11월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쌀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이 대표적이다. 정부·여당은 해당 법안이 포퓰리즘 성격이 짙고 타 산업과의 형평성도 깨질 수 있다며 반대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탄핵 표결 전날인 지난 13일 윤 대통령에게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관철하는 게 탄핵 정국에서 국정 주도권을 쥐는 첫 단추라고 본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권한대행 총리에겐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과 주철현 최고위원도 각각 “입법 거부권을 남용하는 건 헌법 위반”, “‘농업 민생 4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권한대행의 첫 행보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도 조만간 국무회의에 제출된다. 정쟁 요소가 비교적 덜한 6개 법안과 달리, 2개의 특검법은 윤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어 정치적 부담이 훨씬 무겁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한 권한대행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 권한대행은 현재 내란죄 혐의로 고발돼 있다. 총리 탄핵소추안은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달리 재적의원 과반 찬성만으로도 가결될 수 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은)이번 내란 행위와 관련한 국무회의에 참여했기 때문에 사실은 탄핵을 받아야 마땅한데 나라가 너무 혼란스러울 것 같아 일단 보류한 것”이라며 “이를 명심하고 처신을 잘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