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직업인으로서의 국회의원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직업인으로서의 국회의원

입력 2024.12.16 20:41

수정 2024.12.16 20:42

펼치기/접기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최고로 긴장되는 순간은 광주를 빠져나가려던 택시가 군인 검문에 걸렸을 때다. 여기서 잡혔다면 1980년 광주의 참상을 취재한 독일 기자와 택시기사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트렁크를 뒤지던 군인은 낌새를 채고서도 택시를 그냥 보내준다. 이 장면을 봤을 때,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그 군인의 행동이 온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는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전한 당시 상황 중 하나였다. 사정을 알면서도 검문소를 통과시켜 준 군인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12월3일 난데없는 계엄 사태에 놀라 생방송으로 국회 앞 상황을 지켜보던 중, <택시운전사>를 볼 때와 비슷한 의아함을 느꼈다. 완전군장에 야간투시경까지 착용한 특수부대원들은 군모와 복면 사이로 눈만 나와 있는데도 표정이 드러났다. 주저함과 안타까움, 약간의 슬픔이었다. 앳된 얼굴에 서린 그 표정들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군인들 다치면 어떡하지!” 하고 외쳤다. 정확하게 그 반대의 위험을 걱정하는 중이었는데도 말이다. 어떤 영상에서는 시민과 대치 중인 부대원들에게 “물러서, 물러서!” 하고 지시하는 군인도, 감정이 격앙된 시민을 감싸안고 토닥이는 군인도 볼 수 있었다.

1980년 광주에서의 그 단 한 명의 군인과 2024년 계엄 상황에 투입된 군인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상부의 지시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부여된 책임과 권한을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비단 군인뿐 아니라 특정 직업과 직함 속에 존재하는 이상 우리 모두는 한 번쯤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평범한 나날 속에선 그저 ‘돈 받고 하는 일’이던 것이 어느 한순간 엄청난 딜레마, 일생일대의 결정 앞으로 나를 끌고 갈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말단에 있더라도, 상부의 명령이 지극히 위협적이더라도 일단 그 일을 맡고 있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이 12·3 계엄이 우리에게 남긴 중요한 교훈이다.

그런 한편, 이번에 각별히 주목받은 직업인들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이다. 계엄 해제의 책임을 다하려고 국회 담장을 넘어 의사당으로 달려가던 그들을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다 깨달았다. 지금처럼 국회의원들을 믿고 의지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들이 나의 정치적 대표자라는 사실을 이처럼 온전히 실감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그동안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국회의원들은 ‘일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자리를 누리는 사람들’로 보였다. 정치혐오에 가까운 생각인 줄 알면서도 그랬다. 계엄의 밤이 되어서야 나는 ‘일하는 사람들’로서의 국회의원을 제대로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도 여전히 이 자리를 ‘누리는’ 것으로 여기는 의원들도 보이기는 한다. 카메라 앞에서도 “나는 정권 뺏기고 싶지 않아”라고 당당히 말하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그 상징으로 삼아도 좋겠다. 계엄의 밤에 믿음직했던 의원들조차도 어느 순간 누리는 자리로 돌아갈지 모른다. 그러나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군대의 사병들조차 자기 판단과 책임하에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시민들이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인지, 누리는 사람인지 판단하면서.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