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문턱만 남긴 AI 기본법…연내 통과 청신호에도 우려는 여전

노도현 기자    배문규 기자
1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법적 기반인 ‘AI 기본법’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전 세계적인 AI 패권 경쟁 속에서 제정이 시급한 법으로 꼽히지만 세부 내용을 둘러싼 각계의 우려도 뒤따른다.

이날 법사위는 적기에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면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AI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AI 기본법은 21대 국회 테이블에 올랐지만 폐기된 뒤 22대 들어 다시 추진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논의가 밀리긴 했지만 새해가 오기 전인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기본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년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의결을 거쳐 AI 기술·산업 진흥을 위한 AI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AI 데이터센터 시책 추진 등 산업 육성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사람의 생명, 신체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를 ‘고영향 AI’로 정의하고 사업자 책임을 규정했다.

AI 기본법은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법안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져왔다.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는 ‘금지된 AI’ 규정을 포함하고, 고영향 AI 사업자의 책무 위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I 기본법은 과기정통부의 중지명령이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단체들은 이날 ‘졸속 처리 규탄’ 성명을 내고 “마지막 남은 국회 본회의 절차에서라도 수정보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법안 통합 과정에서 새로 들어간 ‘사실 조사’ 조항을 문제삼고 있다. “법 위반에 대한 신고를 받거나 민원이 접수된 경우”에도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조사가 가능하다는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한 AI 개발 기업 관계자는 법사위 통과 후 “AI 기본법 제정으로 여러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AI 진흥정책 수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정향미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이 “AI 투명성 확보 의무 조항 내에 창작 행위와 관계되는 생성형 AI 개발·활용에 대한 학습데이터만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달라”고 의견을 냈다. 생성형 AI가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일어날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제정법이 적기에 출발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법안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통과시키고 나서 해당 상임위(과방위)에서 (보완점을) 해결하는 걸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법안도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단통법 폐지안은 이동통신 단말기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고,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하는 내용이다.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과 이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단통법 폐지안은 이미 내용이 예고됐던 데다 지원이 아닌 규제 법안이다보니 업계에선 통과 여부를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일각에선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도입된 2014년과 달리 이통통신 시장이 포화된 현재 상황에선 보조금 경쟁에 나설 유인이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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