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대항마’로 떠오른 브로드컴…ASIC이 뭐길래

배문규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브로드컴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브로드컴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빅테크들이 ‘맞춤형 반도체(에이식·ASIC)’에 특화된 브로드컴과 앞다퉈 손을 잡으면서 엔비디아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브로드컴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1.21% 급등한 2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24.4% 폭등한 데 이은 상승 마감이다. 엔비디아·TSMC에 이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세 번째로 시총 1조달러도 돌파했다. 반면 엔비디아 주가는 3거래일 연속 내리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줬다.

앞서 브로드컴은 지난 12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형 클라우드 기업 3곳과 AI 칩을 개발 중”이라며 “향후 3년간 AI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구글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의 바이트댄스로 알려졌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이들은 각각 2027년까지 (브로드컴과 함께 만든) 100만개의 맞춤형 AI 칩을 데이터센터에 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과의 협업으로 2027년까지 브로드컴의 AI 칩 시장 규모가 600억~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더해 브로드컴은 오픈AI·애플과의 협력 사실도 공개한 바 있다.

최근 빅테크들은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AI 칩을 사재기하는 데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한편으로는 엔비디아 종속 우려가 커지면서 자체 AI 칩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빅테크들이 브로드컴과 AI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장악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원래 브로드컴은 통신 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 설계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맞춤형 반도체(ASIC)에 강점을 보이면서 주요 AI 개발사와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구글의 AI 전용 칩 텐서처리장치(TPU), 메타의 자체 AI 칩 MTIA도 브로드컴에서 설계했다.

ASIC은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전력 소비와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최근 AI 서비스 제공을 위해 데이터센터 작업 용도도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고 있어 ASIC 칩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JP모건은 현재 200억~300억달러 규모인 ASIC 시장이 연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브로드컴이 55~6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지배적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 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6세대인 HBM4부터는 커스텀(맞춤형) HBM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마다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스택과 AI 가속기에 최적화된 형태를 요구하기 때문에 범용 HBM으론 한계가 있어서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도 AI 하드웨어 핵심 트렌드는 ASIC”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은 더 이상 단순히 HBM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AI 칩 및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메모리를 직접 설계·주문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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