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남·경북 등 지자체들 잇단 긴급 예산 증액
“코로나 당시 효과 입증”…경남은 2년 만에 재발행
윤 정부가 포퓰리즘 낙인찍은 정책이 ‘구원투수’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지역화폐가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비슷한 소비침체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화폐 예산 긴급 증액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윤 정부에서 천덕꾸러기 취급한 지역화폐가 ‘구원투수’가 된 셈이다.
전남도는 17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큰 타격을 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70억원이던 시군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175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도는 내년 3월까지 예산을 조기 집행해 지역별로 5~7% 수준이던 할인율을 1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주광역시도 긴급 민생대책으로 지역화폐인 광주상생카드 할인율을 7%에서 10%로 높인다. 그동안 지역화폐를 도입하지 않았던 광주 5개 자치구도 내년부터 별도 지역화폐를 발행한다.
경기도는 내년 지역화폐 예산을 올해보다 증액해 편성했다. 내년 지원금은 1043억원으로 올해(954억원)보다 10% 늘었다. 설을 앞두고 시군과 함께 현재 6~7%인 할인율을 10%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광명시는 다음달 한 달 동안 할인율을 20%까지 늘린다.
내년 정부 지원금이 없는 상황이지만 영남지역 자치단체도 어려운 지역경제 여건을 고려해 지역화폐 정책을 중단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경북도는 내년 1월부터 최대한 지역화폐(할인율 10%)를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도는 “(비상계엄으로 인한) 시국 탓에 민생이 힘든 상황이고, 지역화폐 발행의 공감대가 있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예산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예비비 34억원을 투입, 중단했던 지역화폐 제도를 2년 만에 다시 시행한다. 도는 18일부터 1인당 30만원 한도로 10% 할인된 경남사랑상품권 300억원어치를 판매한다.
2018년 본격 도입된 지역화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비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으며 전국으로 확대됐다. 올해 기준 243곳 전국 지자체 중 190곳(광역 11곳·기초 179곳)이 유통한다. 나머지 53곳 지자체도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중 한 곳에서는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어서 사실상 전국 모든 지역에서 쓰인다. 2023년 기준 전국 가맹점은 266만곳에 이른다. 2018년 4000억원이던 지역화폐 판매액은 2020년 13조3000억원, 2022년에는 27조200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20조900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도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역화폐의 소비진작 효과가 미미하다”며 지속해 지원금을 줄여왔다. 2022년 8050억원이던 정부 지원금은 2023년 3522억원으로 크게 축소됐고 올해 3000억원에 그쳤다. 2025년 예산에 정부는 관련 지원금을 책정하지 않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지역화폐를 ‘포퓰리즘’ 정책으로 낙인찍었지만 계엄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화폐 말고 대안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친 사고’를 지방정부가 수습하는 것도 민주주의가 지켜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