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은 언제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오늘 어디쯤 와 있는가.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의 GDP 성장의 과거 추세를 2020년 이후 시기로 연장하면 2024년 한국 국민들의 실제 명목소득의 합은 추세보다 100조원 넘게 작아진 크기로 계산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물가 경로를 그리면 2024년 3분기 물가는 과거 추세보다 7% 넘게 더 올랐다. 고용은 어떤가.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비농업 민간 일자리의 전년 대비 증가 규모는 2022년 50만개였다가 2023년 17만개로 줄었고 올해 들어 10월까지는 9만개가 안 된다. 제조업 고용은 2024년 하반기 들어 작년보다 감소하는 중이다.

이처럼 물가는 올랐는데 소득은 줄고 일자리는 제한되면서 민생은 팍팍해졌다. 경제 회복이 더딘 직접적인 이유는 윤석열 정권 들어 2022년 3분기 이후 첫 4개 분기 동안은 수출 감소가, 그리고 2023년 3분기 이후 5개 분기 동안은 내수 부족이 발목을 잡은 데 있었다. 소극적이고 무책임했던 재정 운영도 영향을 줬다. 윤석열 정권 9개 분기 동안 성장률은 평균 2%였는데 재정은 그 2% 가운데 0.4%포인트만 기여했을 뿐이다. 전임 정부 코로나19 사태 기간보다도 성장률이 낮았다.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의 기여는 아예 반토막 났다.

주목할 점은 한국 경제는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반도체나 자동차 수출에 경제성장을 상당 부분 의지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장 불균형은 어느새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특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소비 성향’)이 지난 20년간 60%에서 시작해 최근 45%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까지 내리꽂듯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사실은 우리가 경험하는 내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소비 성향은 부유층으로 소득 분배가 집중되면서 불평등이 심해질 때 하락한다. 대출 이자, 주거 등의 비용 부담이 커질 때에도 하락한다. 한국에서 소비 성향이 하락해온 이유는 한국 자본주의가 선택해온 이중의 축적 전략에 따른 귀결일 법하다. 노동자 계급의 구매력 부족으로 유효수요 제약에 봉착한 한국의 자본가들은 협소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축적을 추구해왔다. 그런데 수출을 늘리자면 국제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므로 국내에서는 임금과 쌀값을 억누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경제를 긴축적으로 관리하는 편이 유리하다. 유효수요 제약은 그 과정에서 더욱 강화되고 내수 부족은 심화된다.

한국 자본주의는 또한 유효수요 제약을 우회하는 일환으로 가계 부채에 의존하는 축적 전략을 병행해왔다. 정부로서도 증세 없는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공적 복지를 빈약하게 유지해야 했는데 대출로 구입한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부추겨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편이 손쉬웠다. 그런 사회에서 대출 이자 부담과 주거비용의 상승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수도권 집중 및 불로소득 자본주의로의 경향성과 함께 다수 대중의 비용 부담은 커졌다. 이와 같이 한국 경제의 유효수요 제약과 내수 부족은 해외 수요와 가계 부채에 의존해온 한국 자본주의의 이중 축적 전략 탓에 구조화된 측면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묻는다. 내수 회복이 언제쯤 가능하겠느냐고. 답은 명백하다. 내수 부진과 낮은 소비 성향의 근본 원인은 노동자 계급의 소득 부족에서부터 찾아야 옳다. 결국 실질임금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2021년을 정점으로 윤석열 정권 기간인 2022년과 2023년 연속 전년보다 실질임금이 하락해온 상황에서 내수 회복을 막연히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볼 일이다. 올해도 실질임금은 9월까지 2021년이나 2022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채 작년 수준을 겨우 유지하는 중이다. 구조화된 유효수요 제약이 실질임금의 반등과 지속적인 상승으로 완화되지 않는 이상, 민간소비의 추세적인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다시금 노동과 자본 간 분배 악화의 징후가 포착된다.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을 거시경제 변수로 일관성 있게 정의해 비교하면 2022년과 2023년 들어 실질임금이 하락하면서 둘 사이의 차이가 눈에 띌 정도로 재차 벌어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 실질임금 정체로 노동소득의 몫이 줄어들었던 것보다도 어쩌면 더 심한 정도로 윤석열 정권 들어 노동과 자본 간 분배가 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와중에 내수 회복은 언제냐고? 다시 강조하지만 임금부터 먼저 올라야 하는 것이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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