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2월 정례브리핑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국무위원으로서 사과’ 한다고 말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2·3비상계엄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입장을 밝혔다. 유장관은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체부 정례브리핑에서 “국무위원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국민이 계엄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만큼 처음에는 가짜뉴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면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한국에서 계엄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장관은 “계엄과 관련해 사전에 연락을 전혀 받지 못해 혹시나 하고 (휴대전화를) 다시 살펴봤는데도 연락이 온 기록이 없었다”면서 “(계엄 선포 후) 집에서 대기하다 4일 새벽 3시에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 연락이 와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 비상계엄을 두둔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국정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아침 국무회의를 하면서 정부 입장을 국민께 호소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논의됐다”며 “정부조직법에 따라 문체부 장관이 대변인 역할을 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어 발표를 맡게 된 것이지 대단한 정치적 배경을 깔고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당시 한예종이 학교를 폐쇄하고 학생들을 귀가 조치한 것에 문체부가 관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출입통제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정부 당직 총사령의 전파사항을 문체부 당직자가 소속기관에 연락한 것 같다”면서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작업하는 학생들이 많아 안전을 위해 귀가조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범죄 대응 기구 ‘블랙리스트 이후’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16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시로 학교를 폐쇄한 사건에 대해 유 장관을 내란·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유 장관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논의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계엄령 선포 직후 한예종이 폐쇄되는 등 즉각적 조치가 있었던 점에 비춰보아 ‘내란을 공모했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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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김대진 한예종 총장은 학교 폐쇄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문체부는 출입문 폐쇄 및 출입자 통제 지시를 전달받아 이를 모든 소속기관에 전달했고, 문체부 소속기관인 학교도 출입자 통제와 학생들의 귀가하라고 전달받았다”며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에서 한예종은 이를 이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장관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문체부 소속기관인 한예종을 독립예술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