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대선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우크라이나 정상과 만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한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 윤석열이 내란 행위로 탄핵소추를 당한 여파로 해석된다. 한국 내 리더십 공백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비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8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외신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하에서도 “기존의 외교정책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 규범에 입각해 ‘글로벌 중추국가’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기엔 ‘기존 외교정책 기조’ 결정자인 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 파괴가 너무 컸다.
현재의 리더십 공백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무시한 윤석열의 위헌·위법한 행동에서 비롯됐다. 그로 인해 스스로 성과라고 주장해온 미·일과의 관계 강화도 무위로 돌아갔다. 윤석열에게 힘을 실어준 바이든 정부 입지가 좁아졌고, 북·러 군사협력을 견제해야 할 시기에 북한에 큰 선물을 준 셈이 됐다. 책임 있는 외교당국자라면 이 상황에서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하며, 향후 급변할 국제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국회와 소통·협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주적 위임을 받지 못한 권한대행 체제는 외교에서 사실상 아무 일도 능동적으로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이 상태가 대선이 있을 걸로 예상되는 내년 4~6월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사이 정부가 할 일은 여야 정당, 국회와 함께 트럼프 취임 이후 한국의 외교 기조를 준비하는 것이다. 일단 트럼프와 접촉부터 하고 보겠다며 성급하게 나서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은 오히려 나중에 무책임한 국익 훼손 행위로 드러날 수도 있다.
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기존 한국 외교정책 기조는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분명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가치외교 기치하에 추진한 한·미·일 협력은 지금 수준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울러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에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한국도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대화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한 기조를 결정하는 과정은 여야의 토론과 협의를 통해 초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부터 그 연습과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CEO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