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응원봉처럼 마음을 담아서

사진·글 정효진 기자
[금주의 B컷]‘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응원봉처럼 마음을 담아서

10대인 사촌 동생이 응원봉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지역에 사는 동생은 탄핵 촉구 집회를 뉴스로만 봤다. “언니는 카메라를 들어야 해서 응원봉은 필요 없어. 그래도 거기 가면 너 같은 친구들이 많아.” 나는 응원봉을 드는 대신 반짝이는 것들을 들고 온 사람들을 찍었다. 누구를 응원하냐고 물어보고, 가끔 그 아이돌 안다고 아는 척을 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는 세상 모든 반짝이는 것들이 모였다. 아이돌 그룹·야구단·캐릭터의 응원봉, 크리스마스트리, 버섯 모양 조명, 장난감 요술봉…. 사람들은 예쁘고 반짝이는 것들을 꺼내 축제처럼 왔다. 이날만을 위해 준비한 응원봉도 있었다. 다 먹은 아이스크림 빈 통에 건전지로 켜지는 알전구를 넣었다. 손잡이도 있고, 반짝이는 머리 부분도 있으니 어엿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두 번째 표결을 앞두고 국회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반짝이는 것들을 높이 들었다. 건너편 국회에서도 볼 수 있게, 당신들에게 권리를 준 우리가 어떤 마음인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져 서로의 반짝임이 잘 보였다.

손에 든 것은 각자 달랐지만, 그날 사람들의 마음은 응원하는 마음과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응원하는 사람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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