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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국회 밖의 다른 목소리도 외로워
헌재 결정부터 혹시 있을 대선까지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은 많다

김예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2명 중 1명이다(다른 한 명은 안철수 의원).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3일 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려고 국회 월담까지 생각했으나, 안전을 우려한 당시 한동훈 대표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BBC코리아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만들어서 세운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는 안건에 대해 표결해야 한다는 무겁고도 무겁고도 정말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제가 대리해야 하는 시민들을 대신해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할 일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고 말했다. ‘계엄은 잘못이지만 탄핵은 안 된다. 질서 있는 퇴진은 물 건너갔지만 탄핵은 안 된다. 당론이 탄핵 반대니 탄핵은 안 된다. 대안은 없지만 무조건 안 된다’는, 집권여당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무책임·무논리에 맞서, 그는 양심이 낸 ‘다른 목소리’에 따라 행동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이 쌓은 거대한 둑에 흠집을 냈고,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서는 둑이 무너졌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여전히 언더커버 경찰의 존재를 알아챈 영화 속 조폭처럼 ‘배신자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국회 밖에서도 다른 목소리는 외롭다.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는 비상계엄이 내려진 날 곧바로 국회로 향했다. 많은 이들이 “영부인이 대통령 옆에서 술 먹이고 조종한 것” “쥴리 계엄” 같은 얘기를 했다. 낯선 상황은 아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같은 여성혐오 언사가 광장에서 빈번하게 들렸다. 여성 대통령의 실패는 여성의 실패로, 남성 대통령의 실패는 그 부인의 실패로 인식된다. 심미섭 활동가가 이번 촛불집회 때 자유발언 기회를 얻어 투쟁현장에서 페미니스트, 퀴어, 장애인, 비정규직 같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호응이 넘치던 현장이, 페미니즘이라는 말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삿대질하며 ‘끌어내려!’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심미섭 경향신문 기고).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3일은 세계장애인의날이었다. 불굴의 투사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는 국회에서 7대 장애인권리법안 제·개정 및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1박2일 농성을 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이튿날 더불어민주당 비상시국대회 이후 의원과 당원이 간이 토크쇼를 하는 현장을 찾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런 행사하는 데 와서 그렇게 하면 호소력이 있겠어요. 미움만 받지. 마이크를 드릴 테니까 할 얘기 하고 그다음에 조용히 하세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윤석열을 탄핵한다고 장애인의 권리가 저절로 보장되지 않는다. (…) 민주당 권한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애인 권리 입법에 대해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외쳤다. ‘윤석열 탄핵’ 소리에 환호하던 사람들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슬슬 짜증을 냈다. 결국 그를 둘러싼 사람들로부터 들려온 소리는 “구걸하지 마세요” “더 힘든 사람도 많아요” “이재명 대통령 만들고 얘기합시다”였다. 사람들은 그만 끝내라는 듯 야유가 섞인 박수를 쳤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자신의 엑스에 “민주주의가 만개할 때 오히려 묻히는 투쟁들”로 “전장연, 동덕여대, 한화오션, 구미 옵티칼 고공농성”을 꼽았다. 비상계엄의 공포와 탄핵의 기쁨이 열흘 새 급격히 자리를 바꿨지만 이들 현장에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가 목격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늘 누군가를 버리고” 간다.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없다. 다양한 세상의 다양한 욕구들은 매 순간 충돌한다. 소신과 독선, 권리와 억지의 경계는 희미하다. 다만 민주주의는 다른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주류와 달라 듣기 불편한 의견을 ‘척결’하고 ‘처단’하지 않는다. 누가 ‘선량한 국민’인지, 누가 ‘반국가세력’인지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다르다고 하여 동료 시민을 혐오하지도 않는다. 민주주의는 제도의 문제이기 이전, 세상과 사람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문제다.

탄핵은 탄핵이되 어떤 탄핵인가. 이후의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그리고 혹시 있을 대선이 치러져 새 대통령이 뽑힐 때까지, 아울러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지치지 말고 던져야 할 질문이다.

백승찬 문화부 선임기자

백승찬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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