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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나라, 우리들의 나라

입력 2024.12.18 21:08

수정 2024.12.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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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4일, 국회에서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11일 만이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우리나라 주권자들의 저력과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확인해준 시간이었다. ‘국난 극복’이 체질이 된 대한민국 주권자들은 2차 비상계엄이 선포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 가운데서도 차분히 행동했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의 시위문화와도 달랐다. 대한민국 주권자들은 겨울강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저마다의 깃발을 만들었고, K팝과 민중가요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고, 다 함께 구호를 외쳤다. 메인 시위대가 진행하는 본행사 외에도 작은 민회(民會)를 연상시키는 공론장들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20세기 초 혁명가 옘마 골드만이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라고 한 말이 참으로 실감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12·14 탄핵소추안 통과는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버전업을 위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우리는 독재자를 권좌에서 잠시 ‘직무정지’시켰을 뿐 완전히 몰아낸 것이 아니다. 가까스로 헌법재판소의 법정과 역사의 법정에 세웠을 뿐이다. 어제까지 ‘눈떠보니 선진국’ 타령에 우쭐해하던 주권자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계엄’을 선포한 유일한 나라라는 불명예를 떠안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자괴감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지금부터의 시간이 중요하다. 우리가 바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어떤 나라에 살고 싶은가. 윤석열 퇴진 이후 그들의 나라를 넘어 우리들의 나라를 상상하고, 무엇이 좋은 나라인지 사회대개혁을 위한 사회협약을 이루어야 한다. 헌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야와 시민사회가 사회대개혁을 위한 공론장을 가동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같은 실패를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 된다. 정책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와 철학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쉽지 않다. 혐오와 배제의 ‘분쟁 사회’가 되어버린 정치 지형에서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함석헌 선생이 “비전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고 했던가. 나라 전체가, 사회 토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죽은 말이 되어버린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사람’을 귀히 여기는 생명 존중의 문화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사회권 논의를 통해 노동하기 좋은 나라와 인권이 존중되는 나라라는 사회 비전을 협약해야 한다. 기후위기 같은 탈근대 과제들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공위기(空位期)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낡은 것은 갔지만, 새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의 시간이 헌재의 시간 ‘이후’의 시대를 예비하는 변곡점의 시간이 되기를 나는 희망한다. ‘드높은 문화의 힘’을 한없이 신뢰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사회 비전을 다시 생각한다. 만민평등의 세상을 바랐던 19세기 말 동학 사상과 운동에 눈길이 자주 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근착 ‘녹색평론’에 실린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동학이 지향한 민주주의는 모시는 시민(侍民)들에 의한 ‘시민(侍民) 민주주의’였다.”(조성환) 민주주의는 영구혁명이다. 대한민국 주권자들은 지금, 우리들의 나라를 위해 아름다운 저항을 하고 있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고영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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