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주다 ‘무늬만 건전재정’…긴축 기조 끝내야

김윤나영 기자

길 잃은 한국 경제 ②

지출 증가·추경 등 극도로 억제
재정준칙 집착에도 곳간은 텅텅
작년·올해 86조원 세수 펑크 탓

내수·수출 부진 속 전망도 암울
“재정 확대로 하방 압력 대응을”

12·3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급진전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도 사실상 좌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내세운 건전재정 목표는 잇단 감세 정책으로 달성하지 못했고, ‘짠물 예산’으로 경기침체 위기 대응의 골든타임마저 놓치고 있다. 내년엔 경기 하방 압력이 더 커지는 만큼, 정부가 ‘작은 정부’ 기조를 전환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의 재정 정책을 ‘방만 재정’으로 규정하고 긴축 기조를 지향해왔다. 현 정부 임기 첫 3년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은 평균 3.7%로, 확장 재정을 추진한 전임 정부 임기 첫 3년 평균(8.6%) 총지출 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 정부 들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한 것은 코로나19 경제 충격이 이어진 2022년 5월 한 차례뿐이다.

이러한 기조는 경제성장과 건전재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우선 정부가 의도했던 건전재정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정부는 실질적인 나라 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국가채무는 GDP 대비 60%로 묶어두는 재정준칙을 준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22~2023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웃돌면서 정부 스스로 재정준칙을 어겼다.

정부가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각종 감세 정책으로 올해 정부가 깎아준 세금만 71조4000억원에 달한다. 세수 결손으로 재정 건전성은 더 악화했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총 86조원의 세수 펑크를 냈다. 중앙정부 국가채무와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합친 일반정부 부채는 지난해 처음으로 GDP 대비 50%를 넘어섰다.

경제 성적표도 좋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 정부 집권 3년간 실질 경제성장률은 평균 2.1%다.

같은 기간 박근혜 정부(3.1%), 문재인 정부(2.7%)의 성적표보다 점수가 낮다. 내수 부진은 장기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는 지난 3분기 역대 최장인 10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 10월엔 소비, 설비투자, 건설기성(공사 실적)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문제는 내년 전망도 암울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은 정점을 찍고 둔화세로 바뀌었고, 내수는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맞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 중반대로 낮추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계엄 선포 이후 낸 ‘12월 경제동향’ 보고서에는 14개월간 등장해온 ‘경기 회복세’란 단어가 빠지고 ‘경기 하방 위험’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위기 상황에 맞게 재정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위축되면 상위 50%는 버틸 수 있겠지만, 고통받는 하위 50%를 위해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초 추경을 편성할지가 기조 변화 여부를 보여줄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8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여·야·정 협의하에 경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며 “민생 상황, 통상환경 변화 등에 따라 적절한 정책 수단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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