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스트레스를 받은 쥐(왼쪽)의 혈관에서 확인되는 붉은색 영역은 염증과 동맥경화가 진행돼 침착된 골수성 세포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쥐에게서 발견되는 정도에 비해 차이가 극명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만성 스트레스가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과정을 실시간 세포 영상으로 추적하는 데 성공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은 쥐의 혈관에선 들러붙어 혈류를 막는 동맥경화반이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김진원 교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유홍기 교수 연구팀은 스트레스로 인한 혈관 염증을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동맥경화, 혈전증 및 혈관 생물학’에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은 심장 박동으로 떨리는 혈관의 움직임에 렌즈 초점을 동기화시키는 기법과 장비를 활용해 그동안 동맥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세포를 추적하기 어려웠던 기술적 난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 만성 스트레스를 받은 쥐의 혈관에는 백혈구 유입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혈액을 만드는 조혈 작용도 증가하고 면역계를 동원한 염증 반응 또한 나타나면서 여기에 동원된 골수성 세포가 역할을 다한 뒤 기능을 잃고 혈관 내에 쌓이는 양상도 관찰됐다.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 있던 쥐와 비교해 스트레스를 받은 쥐에게선 골수성 세포가 들러붙는 현상이 6.09배 높게 나타났다. 또 골수성 세포를 포함한 각종 세포들로 구성된 동맥경화반의 침착이 진행된 정도는 5.74배 높았다. 이렇게 혈관 내 염증이 심해지면서 동맥경화가 가속화되고 동맥의 파열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 새롭게 개발된 영상 기법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동맥경화와 심장마비 치료 방향이 혈관에만 국한돼 왔던 한계를 벗어나 스트레스 관련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진원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로 만성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돼 스트레스와 심혈관질환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면서 “심혈관질환 극복을 위해 중추 신경계 스트레스에 기반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찾는 후속 연구들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