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상담직원이자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낭독 봉사를 하는 ‘미란’은 시각장애인이자 복지관 재활자립팀 팀장인 ‘영은’과 연인이 된다. ‘진상’ 고객과 고된 업무에 시달리던 미란은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마저 사망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영은과 잠시 떨어져 있기로 한다. 영은은 미란을 기다리며 쓴 글에서 미란을 ‘모린’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미란씨를 그 이름으로 부르면 어떨까. 미란씨가 나에게만은 그렇게 불린다면 어떨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지만 난 알고 있어요. 미란씨가 그 이름일 필요도, 그렇게 불릴 필요도 없다는 걸요”라고 덧붙인다. 소설 ‘모린’은 ‘유일한 사람’에 대해 말한다. “있음과 없음, 그 둘을 연결하는 잃음”처럼 상실의 고통마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