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네 글자’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아직 끝나지 않은 ‘네 글자’

#기억하다. 인간은 말로 표현하고 말로서 행동하고 그 말을 남긴다. <논어>의 처음은 ‘배울 학(學)’, 마지막은 ‘말씀 언(言)’이다. 결국 말 하나 제대로 배우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최근 경천동지할 사태가 발생하고 파천황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또한 말을 타고 나에게까지 실려왔다. 질서 있는 네 글자들 통해 이 사변을 기억하련다.

#처단한다. 조금 일찍 누웠는데 거실에서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실감은커녕 차라리 실소가 터지려는데 계엄령 포고문이 발표되었다. “국회와 … 정치활동을 금한다. …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 위반자는 … 처단한다.” 왔던 잠이 확 달아났다. 개그가 아니었다.

#중과부적. 국방부 장관 김용현은 비상계엄령을 해제한 직후, 관계자 등에게 “중과부적이었다. 수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12·4 한겨레신문).

#오리무중.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참석자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으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심의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적법성 시비도 불거지고 있다(12·6 뉴스1).

#묵묵부답. 국민의힘 국회의원 105인은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였다. 회의장에서 도망치는 중진에게 “선거 때마다 그렇게 투표해달라 애원하더니 왜 투표 안 하느냐”고 물었다. 분노한 시민들이 그 비겁한 이름과 얼굴의 현수막을 찢어발겼다.

#망연자실. 윤 대통령의 돌출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사회적 논란이 커진 뒤 대통령실은 상황을 반전시키려 애쓰기보다 그저 망연자실한 분위기에 가깝다(12·9 국민일보).

#자중지란. 국민의힘, 친윤계와 친한계가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또다시 충돌할 조짐이다(12·10 연합뉴스).

#사면초가. 대통령 출국금지. 28년 동안 검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피의자들을 수사하고 재판에 넘겨 온 윤석열. 이제 모든 수사기관이 달려드는 피의자 신세가 됐다(12·10 경향신문).

#뽑아내다.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천주교 사제 시국선언문)가 들고일어나 마침내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은 주권자가 민의의 전당에 설치한 스위치들이기도 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 고장 난 스위치들도 모두 뽑아버릴 때까지.


Today`s HOT
대만의 한 백화점에서 벌어진 폭발 사건 2025 에어로 인디아 쇼 파키스탄 여성의 날 기념 집회 미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 계획,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
오만에서 펼쳐지는 사이클링 레이스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대만 풍등 축제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위한 준비 부처의 가르침 되새기는 날, 태국의 마카부차의 날
중국 정월대보름에 먹는 달콤한 경단 위안샤오 유럽 최대 디지털 전시, 런던 울트라 HD 스크린 중국 하얼빈 남자 싱글 피겨, 2위에 오른 한국의 차준환 맨유의 전설 데니스 로, 하늘의 별이 되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