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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변경한 대법 “재직·근무일수 조건 단 상여도 통상임금”

입력 2024.12.19 21:06

수정 2024.12.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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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보·현대차 전현직 노동자들 임금청구 소송

11년 전 판결 개념적 징표였던 ‘고정성’, 전원일치 제외
“통상임금 범위 부당하게 축소” 수당·퇴직금에 큰 영향 노동계
“혼란 바로잡는 판결” 재계 “인건비 부담 늘어”

특정 시점에 재직해야 하고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 지급하는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간 기업들이 상여금을 지급할 때 ‘재직자 조건’ 등 꼼수를 쓰며 통상임금을 줄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판결로 수당·퇴직금 등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인정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의 전현직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했다. 원고들은 재직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과 성과급 최소지급분, 기준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한 경우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법령상 근거 없이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의 사전 확정’을 의미하는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요구하는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킨다”며 “회사가 재직 조건 등 지급 조건을 부가해 쉽게 그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통상임금 개념의 강제적 적용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게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노동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조건 여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재직 조건부 임금과 관련해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라며 “재직 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며 “반면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법원은 업무성과 등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성과급은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전히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지급분은 통상임금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례 변경은 노동자의 수당·퇴직금 산정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새 판례는 선고일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선고 시점을 기준으로, 바뀐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진행 중인 사건들에는 소급 적용된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본질인 소정근로 대가성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실질적으로는 고정적 상여금임에도 불구하고 ‘재직 중’ 등의 이유로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 많은 혼란이 있었다”며 “통상임금에 대한 혼란을 바로잡는 바람직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 범위를 대폭 확대시킨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다. 지속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현장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시키고 향후 소송 제기 등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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