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공격 현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 동부 마그데부르크에서 발생한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공격이 총선을 두 달 앞둔 독일 정치권에도 파장을 낳고 있다. 용의자가 독일 정부의 포용적 이민정책에 강한 불만을 품어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극우 시위대가 마그데부르크로 집결했고, 총선에서도 극우 바람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자이퉁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1일 저녁(현지시간) 마그데부르크 대성당 광장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전국의 극우정당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극우 성향 독일을위한대안(AfD) 단체복을 입었거나 네오나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당 ‘디 하이마트’ 깃발을 든 시위대도 있었다. AfD는 오는 23일에도 반이민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전날 검거된 마그데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공격 용의자가 강경 반이슬람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 난민 출신 독일 영주권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민과 국경 보안에 대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용의자는 독일 정부의 포용적 이민정책과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증오발언금지법 등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서 “독일이 유럽을 이슬람화하려 한다”거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 등의 극단적인 주장을 일삼기도 했다.
외신들은 용의자가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아닌 ‘반이슬람 극우파’라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이번 사건 자체가 이민과 안보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극우 바람이 거세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최근 올라프 숄츠 총리가 연방의회에서 불신임당하면서 내년 2월23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AfD가 제1야당인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연합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숄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SPD)는 3위로 뒤처진 상태다.
특히 마그데부르크가 위치한 옛 동독 지역은 전반적으로 AfD 지지세가 높고 반이민 성향이 강한 지역이기도 해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사설에서 “극단주의자들이 마그데부르크의 충격적인 사건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 중도 정당들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주요 극우 인사들도 독일의 이민 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런 현상은 유럽에서 이민 위기가 시작된 후 나타나 왔다”며 “불법 이민과 테러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AfD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독일 정치에도 개입하느냐는 비판을 받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건 직후 엑스에 숄츠 총리를 ‘무능한 바보’라고 부르며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