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축산물까지 파는 이동장터’ 전국 첫 운영
행정리 83.6% 식료품점 없어
‘식품 사막화’ 전국 최고 수준
목요일마다 3.5t 트럭 방문
라면·포장육 등 170종 판매
진안·임실 4곳에서 시범사업
전북 농촌마을 10곳 중 8곳에는 식료품점이 없다. 인구 감소 심화로 작은 슈퍼조차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주변에서 식료품을 쉽게 구하기 어려워지는 ‘식품 사막화 현상’이 농촌에서 일상화되면서 축산물까지 싣고 마을을 찾는 이동장터가 등장했다.
54가구 73명이 사는 전북 진안군 상가막마을. 이곳은 장이 서는 진안읍내까지 나가려면 버스를 20여분 타고 가야 한다. 대문만 열고 나가면 먹거리가 천지인 도심과 달리 이곳에선 라면 한 봉지, 소주 한 병도 귀하디귀하다.
19일 오전 한적하던 마을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이동장터가 왔다”는 이장의 안내방송이 나오자마자 마을 여기저기서 어르신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내집 앞 이동장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CU편의점이 손잡고, 마땅한 식료품 가게가 없는 전북도 내 농촌마을에 직접 차를 몰고 가서 생필품과 식료품을 판매하는 이동식 마트다.
마을회관 옆에 주차한 트럭 짐칸이 열리고 상품 진열이 시작되자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돼지고기나 화장지 등 원하는 물품을 구매한 어르신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마을 주민 이순자씨(73)는 “운전을 못하니 읍내까지 가려면 너무 힘들다”면서 “무겁고 큰 물건들을 가지고 찾아오니 큰 도움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삼겹살 파티 할 생각 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이동장터를 찾은 주민은 대여섯 명. 이들은 반찬거리부터 세제·음료수 등 다양한 품목을 사 갔다. 이동장터는 이곳에서 30분 정도 영업한 뒤 인근 진안읍 평촌마을로 떠났다.
마을 이장 김현용씨(50)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아침 일찍 많은 주민이 읍내에 가서 찾는 사람이 적었다”면서 “물건값이 읍내보다 비싼 게 흠이지만 이동장터는 오지 마을 주민들에게 큰 선물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전북은 식료품을 쉽게 구하기 어려운 ‘식품 사막화’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진행된 상태다. 전북연구원이 9월 내놓은 ‘농촌지역 식품 사막화의 의미와 과제’ 보고서를 보면 전북 행정리 5245곳 중 4386곳(83.6%)에 식료품을 파는 소매점이 없다.
이에 전북도는 주민들의 건강권까지 위협받는다고 판단, 농촌마을 4곳을 대상으로 ‘내집 앞 이동장터’를 시행 중이다. 그간 식품 사막화 현상을 해결하겠다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트럭에 물건을 싣고 가 판매하는 이동장터를 운영한 적이 있으나, 축산물까지 구매할 수 있는 이동장터를 연 것은 전북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동장터는 매주 목요일 냉장 설비를 갖춘 3.5t 트럭에 라면, 포장육, 화장지 등 170여종 생필품을 싣고 정해진 시간에 각 마을을 찾는다. 이번 시범사업은 진안 상가막·평촌 마을, 임실 학암·금동 마을 등 4곳을 거점 삼아 실시된다. 주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방문 때 가져다주기도 한다. 전북도는 1차 시범사업 성과를 점검한 뒤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최재용 전북도 농생명축산산업국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농촌 주민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구체화하는 등 농촌마을의 구매 불평등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