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최고 환율에 코스피도 16년 만의 ‘6개월 연속 하락’ 코앞
증권가 “호재 없어 반등 어려울 듯”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 올라서며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코스피도 16년 만에 ‘6개월 연속 하락’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반도체 업황 부진,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대외 요인과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 주주 보호에 미흡한 기업 거버넌스 등 대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 20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31.78포인트(1.30%) 하락한 2404.15에 마감하며 간신히 2400선을 지켰다. 장중 2389.86까지 떨어지며 8거래일 만에 2400선을 내주기도 했다. 개인이 1조원 넘게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3270억원,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을 합쳐 1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 7월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코스피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0년간 코스피가 6개월 연속 하락(월말 종가 기준)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1453원으로 2009년 이후 1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증시 폐장일인 오는 30일까지 남은 5거래일 동안 코스피가 지난달 말 종가(2455.91)를 넘기지 못하면 증시 역시 16년 만에 최악의 부진을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코스피가 2270선까지 밀린 후 폐장일 2655.28로 급반등에 성공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호재가 없는 만큼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삼성전자가 폐장일 장중 52주 신고가(7만8500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실적 부진 우려에 주당 5만3000원까지 밀린 상태다. 외국인의 ‘팔자’ 행렬이 이어지며 20일 기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50.76%)은 연중 최저로 떨어졌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미국의 견조한 경기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커진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돌연 발생한 계엄 사태는 흔들리던 환율과 국내 증시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계엄령 사태까지 겪어 투자심리가 웬만해선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억눌려 있다”며 “증시는 물론 환율과 채권시장까지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환율이 증시도 짓누르는 만큼 외환당국은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며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데다, 주주 보호가 부족한 국내 증시에 실망한 국내외 투자자의 자금이 이탈하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지난 20일 국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의 책임이 회사뿐 아니라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