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 한수빈 기자
12·3 비상계엄 계획 수립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한 경찰이 “수첩에 ‘NLL(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표현이 적힌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엔 ‘사살’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관계자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언론브리핑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첩에) ‘국회 봉쇄’, ‘정치인·언론인·종교인·노조·판사·공무원 수거(체포) 대상’, ‘수용 및 처리 방법’ 등의 단어가 적시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항목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로 발표된 ‘비상계엄 포고령 1호’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는 방안까지 거론돼 있었다. 특수단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작성 시기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도 적시돼 있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 등이 비상계엄 선포 필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과거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 적이 있는 서해 NLL에서 북한군이 남측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수첩에는 ‘사살’이라는 표현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사살 표현이 있었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경찰은 비상계엄 대비 사조직으로 알려진 ‘정보사 수사 2단’과 관련해 김용현 전 장관이 실제 인사 발령을 내려고 한 문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사 2단에 3개 부서로 나뉘어 구성원들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김 전 장관이 전달한 인사발령 문건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일 공수처를 통해 (김 전 장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검찰이 거부해 기각됐다”며 “공수처에 수사 협조 요청과 관련해 검토할 예정”이라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에 구속됐으며 구속기한은 오는 28일이다.
경찰은 내란죄 혐의를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아직 경찰 조사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라며 “26일 경찰조사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추 전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가 아닌 여의도 중앙당사로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해 소속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막았다는 의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