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더 짜증나게 하는 것은 ‘파리’와 ‘개미’…중국, 미세부패 근절 강조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반환 25주년 행사 및 신임 행정장관 취임식 참석을 위해 특별행정구역인 마카오 를 방문했다./EPA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반환 25주년 행사 및 신임 행정장관 취임식 참석을 위해 특별행정구역인 마카오 를 방문했다./EPA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이후 중국 전역에서 60만명 이상이 ‘미세 부패’ 혐의로 처벌받았다고 당국이 밝혔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반부패 캠페인이 군과 당정 고위급을 넘어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2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가감찰위원회는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이후 전국 감찰기관이 인민 주변의 불건전한 관행과 부패 사건 76만8000건을 적발해 62만8000명을 처벌하고 2만명을 검찰원에 넘겼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국가감찰위원회가 전날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13차 회의에서 이 같이 보고했다며 ‘미세부패’ 근절·처벌 정책이 새로운 효과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앞서 올해 1∼3분기에 농촌에서 7만7000명이 부패·비리 혐의로 징계를 받았으며 이는 전년보다 70% 늘어난 수치라고 전했다.

미세부패는 ‘파리의 탐욕과 개미의 부패’를 의미하는 ‘잉탄이푸(蠅貪蟻腐)’란 말로도 표현된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잉탄이푸는 2023년 10대 반부패 용어 가운데 하나로 인민의 일상에서 발생해 민생을 침해하는 부패를 뜻한다. 관영매체는 학교급식 비리, 지방 공무원의 시설 안전점검 무마, 취업알선, 리베이트, 의료보험료 횡령 등을 잉탄이푸 사례로 소개한다.

고위 공직자나 당 간부, 금융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반부패 수사는 ‘호랑이 사냥’에 비유됐는데 말단 공무원이나 학교, 병원 등 작은 기관에 종사하는 부패 인사들을 파리와 개미에 비유한 것이다.

신화통신은 “인민들은 충격적인 호랑이에 비해 눈앞에서 벌어지는 파리의 탐욕과 개미의 부패를 더욱 분명하게 느낀다”며 “미세부패는 작은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최고인민법원은 최근 “잉탄이푸 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며 “자수하거나 범죄수익을 반환한 경우에만 형량을 감경한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의 반부패 핵심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 1월 미세부패 근절을 올해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이어 전국 50만개 촌급 농촌마을에 수만 명의 부패 조사관을 파견했다. 비리 척결을 위해 촌급 단위까지 대대적 조사단을 보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SCMP가 전했다.

중국공산당이 잉탄이푸 척결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내부 다잡기의 일환이다. 대대적 반부패 조사를 통해 시골 기관장 등의 당에 대한 충성도를 확인하는 한편, 학교급식 파동 등의 민생 문제를 해결해 인민의 당에 대한 지지를 굳건히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침체로 인한 민심 이반을 달래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리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당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부패와 부정행위를 단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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