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연주자·배우로 본 공연계
2024년 공연계에서는 몇몇 스타들이 치열한 예매 경쟁을 불렀다. 임윤찬, 조성진, 조승우 등의 공연은 예매 시작과 함께 매진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스타 쏠림 현상은 부작용도 불렀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0월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시상식에서 피아노 부문과 특별상 ‘젊은 예술가’ 부문 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라모폰 제공. 연합뉴스
■자리 잡은 클래식 스타
임윤찬이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건 불과 2년 전이다. 약관의 피아니스트는 매년 실력과 인기를 갱신했다. 올해 한국에서는 서울시향 협연, 단독 리사이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협연으로 관객과 만났다. 모든 공연이 매진이었다. 임윤찬의 해외 공연에 원정을 가는 국내 팬도 있었다. 수상 성과도 있었다. 10월엔 <쇼팽: 에튀드> 음반으로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피아노 부문과 ‘젊은 예술가’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 피아니스트가 그라모폰 상을 받은 건 임윤찬이 처음이었다. 11월엔 프랑스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에서 젊은 음악가 상을 받았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9년 된 조성진의 활약도 이어졌다. 조성진은 세계 최정상 교향악단 베를린필하모닉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활약했다. 한국인으로는 첫 번째였다. 한국 무대에선 안드리스 넬손스의 빈 필하모닉, 사이먼 래틀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 명문과 연주했다.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인 진은숙은 ‘클래식 음악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받았다.
조승우가 출연한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전도연이 출연한 연극 <벚꽃동산>의 한 장면.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연극도 스타 캐스팅
24년 차 배우 조승우는 올해 ‘신인 연극 배우’가 됐다. 셰익스피어의 가장 유명한 희곡인 <햄릿>이 그의 데뷔작이었다. 조승우는 10월 개막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 달간 열린 이 공연 전석을 매진시켰다. 물론 조승우는 ‘신인’이라고 볼 수 없는 무대 장악력으로 새로운 햄릿의 탄생을 알렸다.
전도연은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LG아트센터 서울이 제작하고 사이먼 스톤이 연출한 연극 <벚꽃동산>이었다. 러시아 귀족 가문의 몰락을 그린 체호프 원작을 2024년 한국으로 옮겨 연극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유승호(<엔젤스 인 아메리카>). 이동휘(<타인의 삶>)도 올해 연극에 데뷔했다. 안은진은 <사일런트 스카이>로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고, 황정민은 <맥베스>로 연극에서도 티켓 파워가 여전함을 증명했다. 한동안 ‘과잉공급’ 경향이 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용 드라마 제작이 주춤하고 영화계도 불황에 빠지면서, 활로를 찾으려는 배우와 스타에 목말라 있던 연극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올해 한국 공연계에선 셰익스피어 작품이 유독 인기였다. 국립극단, 예술의전당 등 공공 극장과 신시컴퍼니가 각기 다른 <햄릿>을 선보였다. 농인 배우와 소리꾼이 참여한 국립극장 <맥베스>, 국립창극단의 창극 <리어> 등 독특한 작품도 관객을 만났다.
최재림이 출연한 뮤지컬 <시라노>의 한 장면. RG컴퍼니·CJ ENM 제공
■뮤지컬은 여전한 활력이지만…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을 보면 1월1일~12월23일 뮤지컬 총 티켓 판매액은 4466억원이다. 전년 동기 4439억원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치다. 티켓 판매액 만으로 보면 뮤지컬은 연극, 클래식 음악, 무용 등을 압도한다.
뮤지컬 관련 ‘밈’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 정도였다. <시카고>는 빌리 역을 연기한 최재림의 복화술 장면이 화제가 됐다. 코미디언 이창호는 유튜브 ‘뮤지컬스타’에서 <킹키부츠>의 롤라 역을 연기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는 <킹키부츠> 10주년 공연의 흥행에도 영향을 줬다.
굵직한 대극장 흥행작도 많았다. <헤드윅> <시카고> <하데스타운> 등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영웅> 등 대형 창작 뮤지컬은 여전한 인기를 끌었다. 11월에는 디즈니의 인기 뮤지컬 <알라딘>의 초연 막이 올라 화제를 모았다.
다만 관객의 작품 선택에 가장 큰 요인을 미치는 요소가 배우이다 보니, 일부 인기 배우의 겹치기 출연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배우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기도 했다. 최재림은 올해 초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 겹치기 출연하며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는 말이 나왔고, 지난 20일에는 <시라노> 공연 중 목 상태가 좋지 않아 2막에 오르지 못했다. <명성황후> 지방 공연과 <광화문연가>에 함께 출연하던 차지연도 22일 무대 도중 건강에 이상을 느껴 공연을 마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