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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주식에 끌리기 마련…연애는 하되 종목과 결혼은 말라

  • 윤지호 전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TV 연애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다. 청춘들의 만남, 환승연애, 돌싱, 이제 50대까지 다채로운 연애 프로가 한가득이다. 연애하기 힘들어진 시대가 연애 프로그램 인기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쓸쓸함을 거부한다. 그래서 연애를 한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해야 행복해지는 사회적 동물인 것이다. 하지만 연애를 해도 행복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시작은 달콤하지만 선택에 따라 불행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애 상대에 따라 상황도 바뀐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지지만 나쁜 사람을 만나면 수렁에 빠진다. 나쁜 상대와의 연애는 뜨겁고 자극적이지만 나의 삶을 파괴한다. 투자자가 나쁜 주식을 만나면 자산을 잃고 일상도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왜 나쁜 상대에게 끌릴까? 세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첫째, 착한 연인은 재미가 없다.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불만을 이야기하면 들어주고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려 노력한다. 원하는 곳에서 데이트하고, 연인의 취향에 맞춰주지만 지루하다. 반면 나쁜 연인은 자극적이고 재미있다. 연인을 안달 나게 하지만 만나면 즐겁다. 나쁜 주식도 이러하다. 착한 주식은 주가 흐름이 꾸준하다. 기업이 속한 산업의 부침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지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투자의 시간만큼 보답을 해준다. 반면 나쁜 주식은 주가 변동성이 매우 크다. 급등주가 되었다가 끝 모를 추락을 하기도 한다. 정치의 계절이 오면 정치인과 경제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는 정치테마주가 급등하고, 투자자들은 유동성의 부침에 따라 특정 주식을 ‘주도주’란 이름을 씌워 무리 지어 좇아간다. 투자든 사랑이든 자극적이지 않다면 즐겁지 않다. 중독의 끝은 파국일 뿐이다.

둘째, 착한 연인은 기본에 충실하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거나, 최소한 폭음이나 불규칙한 생활로 건강을 망치지 않는다. 건강한 몸만큼 마음도 다르지 않다. 스스로 좋아하는 걸 알고, 그러다 보니 절제할 수 있다. 반면 나쁜 연인은 겉모습이 화려한 데 비해 안은 골골하다. 음주가무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알코올로 인한 판단력 저하도 일찍 올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건강을 잃게 되면 평상시가 아닌 위기 상황에서 쉽게 무너진다는 데 있다. 나쁜 주식이 지닌 특성도 그러하다. 펀더멘털이 강력한 좋은 주식은 위기에 강하다. 복원력이 분명하다. 반면 나쁜 주식은 위기 상황에 시장에서 퇴출된다. 투자는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돈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나쁜 주식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좋은 연인은 손해 보는 일이 있더라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한다. 평판이 좋다 보니 주위 사람으로부터 존중받는다. 반면 나쁜 연인은 이기적이다. 아픈 말로 주변에 상처를 주고,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니 당장은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주변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나쁜 주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로지 기업에 단기적으로 유리한 처방만 쓰다 보니 단기 투기꾼만 주주가 될 뿐, 장기간 투자자의 선택은 받지 못한다.

반면 좋은 기업은 회사 실적에 부침이 있더라도 꾸준히 배당성향을 높이고 주주를 위해 자사주를 사고 소각한다. 좋은 평판을 바탕으로 버는 것에 비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게 되는 이유다. 지금 실적은 같아도 미래에 대한 평가에 따라 시가총액이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좋은 기업이든 좋은 연인이든 찾아내기가 예전에 비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나 혼자 살기도 급급하다 보니 연인에게 최선을 다하기 힘들다. 서로 조금도 손해를 보려 하지 않다 보니 관계는 즉흥적이고 미래를 약속하기 쉽지 않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가치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보다 당장의 단기 손익만을 바라본다. 당장 실적이 악화될 거라는 걱정에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는 주저하고, 경영진은 자신의 임기만 신경 쓰다 보니 손익계산서상의 수치만 부풀리려 한다. 지배주주의 1표와 일반주주의 1표가 다른 한국의 현실에서 주주를 위한 정책은 경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투자는 연애와 같다. 연애는 좋은 상대방을, 투자는 좋은 기업을 찾아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현실은 이를 실천하기 어렵다. 좋은 연인을 찾기 힘들다 하더라도 최소한 나쁜 연인은 피해야 한다. 미련을 둘수록 삶은 피폐해진다. 투자는 좋은 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다. 나쁜 기업의 주주라면 주식을 팔면 되는 것과 같다. 연인이든 투자든 냉철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연말이다.

윤지호 전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윤지호 전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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