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한 음주는 눈에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시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연시 과도한 음주는 눈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과다 섭취는 안구건조증과 시력 저하뿐 아니라 백내장·녹내장 등 실명 질환 위험까지 높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눈은 알코올에 취약한 신체 부위 중 하나다. 술을 마시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세는 눈의 모세혈관이 팽창하는 충혈이며, 체내 수분이 감소돼 각막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안구건조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용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안구건조증은 뻑뻑한 이물감을 유발하고 작은 충격에도 상처를 입을 정도로 각막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막염과 같은 2차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며 “음주 후 결막이 쉽게 붓고 눈물이 나오지 않거나, 설령 눈물이 나온다고 해도 금세 증발한다면 안구건조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주는 장기적으로 시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음주가 안구를 감싸고 있는 맥락막의 두께를 증가시켜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맥락막은 안구를 감싸고 있는 중간층으로 망막에 영양분을 공급하며 외부에서 들어온 빛을 흡수해 분산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시력을 담당하는 망막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구조체여서 이 맥락막이 두꺼워지면 시력도 나빠질 수 있다.
아울러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 성분은 안구의 혈액 순환을 감소시키고 영양소 공급을 원활하지 못하게 해 백내장이나 녹내장, 황반변성과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증상이 더욱 악화되기 쉽다. 김용찬 교수는 “술을 먹는다고 시력이 바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술자리가 반복되면 결국 각막과 시신경, 망막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충혈, 안구건조증과 같은 가벼운 증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지만 증세가 반복되면 노안을 앞당긴다거나 백내장·녹내장 같은 실명 질환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급적 술자리를 피하는 게 최선이다. 만일 그럴 수 없다면 음주량을 최소화하면서 1시간에 한 번은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눈에 쐬어줘 축적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게 좋다. 또 인공눈물이나 안약을 휴대해 수시로 각막 표면의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도 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술집은 환기가 잘 되지 않고 건조한 데다 음식 연기 등으로 눈 건강에 좋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또한 안구건조증을 심화시킬 수 있는 흡연은 삼가고, 수분은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김 교수는 “체내에서 알코올을 분해할 때 몸 속의 수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탈수 현상이 일어나는데, 음주 다음 날 아침 눈이 건조해지고 갈증이 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안구건조증은 각막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각막을 손상시켜 각막염 등의 각종 눈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