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의 면역세포에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는 능력을 발현시킨 항암 세포치료제를 투여할 때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효과가 낮던 문제를 개선한 새로운 치료법이 나왔다. 게티이미지
항암 세포치료제의 효과를 높여 암세포를 연쇄적으로 죽일 수 있게 개선한 치료 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CAR-T’ 및 ‘CAR-NK’ 치료에서 항체를 함께 투여하면 더 많은 암세포를 더 빠르게 공격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덕 교수와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김찬혁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미국혈액학회 공식학술지에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진은 CAR-T·NK 항암 세포치료제가 일부 암환자에게는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인체에 침입한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외부 물질로부터 몸을 방어하기 위해 작동하는 면역체계 중 T세포와 NK세포 등의 림프구는 한번 싸웠던 대상의 특징을 기억했다가 다시 만나면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이 T·NK세포에 암세포를 인식하고 죽일 수 있게 설계한 항원 수용체(CAR)를 유전공학적으로 발현시킨 CAR-T세포와 CAR-NK세포는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이 더욱 극대화되어 맞춤형 항암 세포치료제로 쓰인다. 다만 이들 치료제는 표적으로 삼는 혈액암 세포에 있는 ‘CD19’라는 항원을 인식하고 공격하는데, 일부 암 환자에겐 CD19가 잘 나타나지 않아 치료제가 암세포를 잘 공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CAR-T·NK 세포치료제가 CD19 항원을 흡수해버려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찾아가지 못하는 점이 풀기 힘든 난제였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기존의 통념을 뒤집어 항암 세포치료제와 함께 CD19 항원을 적절히 노출시킬 수 있는 항체들을 병용 투여해보기로 했다. 기존에는 CD19 항원에 대한 항체를 투여하면 항원과 항체가 결합해버린 탓에 세포치료제가 항원을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선 세포·동물실험을 통해 일부 항체(HIB19, SJ25C1, QA18A75 등)는 CAR-T·NK 항암 세포치료제와 함께 투여될 경우 세포치료제가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항체가 함께 투여되면서 세포치료제가 암세포와 과도하게 결합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세포치료제가 소수의 암세포만 제거한 뒤 사멸하는 한계를 극복해 연속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연쇄살상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조덕 교수는 “이번 연구는 CAR-T·NK 치료제에 반응이 낮거나 재발한 환자들에게 항체를 병용하는 요법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발견”이라며 “특히 B세포 악성 종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