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소선 여사 ‘계엄법 위반’ 44년만에 무죄···“역사 없는 미래 없다”

배시은 기자
지난 2012년  9월3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1주기 추도식 후 아들 전태삼씨가 묘소를 정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진 크게보기

지난 2012년 9월3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1주기 추도식 후 아들 전태삼씨가 묘소를 정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와 남동생 전태삼씨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강민호)는 지난 6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여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계엄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씨와 전국연합노동조합 청계피복지부(청계피복노조) 노조원 등 3명도 계엄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집회·시위법 위반에 대해선 면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선포된 계엄이 위헌·위법하므로 이들에게 적용된 계엄법 위반 혐의도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계엄포고는 헌법·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표현·학문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계엄포고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위법하여 무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이 사건 계엄포고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집회·시위법 위반은 적용된 법률이 삭제돼 면소 판결됐다. 특수감금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으나 과거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 효력을 잃어 “형을 선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여사와 전씨 등 5명은 1981년 1월16일 청계피복노조 사무실에서 서울시장의 노조 해산 명령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혐의 등을 받았다. 1970년 5월17일 발표된 비상계엄 전국 확대 포고령 2호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하며 정치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체 금한다’에 위배됐다는 것이다. 이 여사는 지난 1981년 7월13일 징역 10개월을, 전씨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씨 등은 2021년 11월 서울동부지법에 이 사건 재심을 청구했다.

4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전씨는 “판결문을 읽으며 지나간 날들이 밀물처럼 몰려오면서 어머니와 조합원들의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며 “역사가 없는 미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2·3 비상계엄 때 국회로 달려갔던 전씨는 “국회를 에워싼 국민들, 이후 탄핵을 가결시킨 청년들을 보면서 우리가 지나온 일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한한 위로와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아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뒤 아들의 동료들과 함께 1970년 청계피복노조를 만들었고 노동운동가로 활동했다. 이 여사는 2011년 9월 작고했다.

이 여사는 1980년 연설·집회로 계엄포고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여사는 41년 뒤인 2021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지난해 법원은 이 여사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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