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그늘막도 스마트하게”…도시를 바꾸는 시민참여 ‘리빙랩’

이종섭 기자
세종시 해밀동에 설치된 ‘스마트 버스정류장’에서 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종섭 기자

세종시 해밀동에 설치된 ‘스마트 버스정류장’에서 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종섭 기자

세종시 해밀동 해밀고등학교 앞 버스 정류장은 여느 정류장과 달리 반밀폐형으로 설계된 게 특징이다. 이 정류장 안으로 들어서자 난방 장치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바깥 온도가 0도에 가까운 추운 날씨였지만 시민들은 이곳에서 스마트폰 무선 충전장치가 설치된 의자에 앉아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버스 운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류장 옆 건널목에 설치된 그늘막도 특별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기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온도와 습도, 미세먼지 농도 등 기상·환경 정보를 수집해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늘막이 자동 개폐된다. 공공 와이파이와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고, 야간에는 가로등 기능도 한다. 위급 상황 발생 시에는 기둥에 있는 비상벨을 누르면 도시통합정보센터로 바로 연결돼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인근 공원 입구에는 재활용품 자동 분리수거기도 설치돼 있다. 이 분리 수거기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고, 재활용품을 투입하면 지역화폐로 바꿔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 시설들은 모두 시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스마트시티 리빙랩’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시민 참여 사업의 결과물이다.

26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 건설을 담당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관 주도의 도시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자의 관점에서 생활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리빙랩 사업을 2021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지역은 ‘생활 속 실험실’이라는 의미를 지닌 리빙랩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최적지다. 도시 전체가 신도시여서 상대적으로 생활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첨단 기술 등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구현에 적합한 테스트베드(시험장)가 될 수 있다. 해밀동이 리빙랩 사업 대상지가 된 이유도 가장 최근 조성된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해밀동에 재활용품 무인수거기(왼쪽)와 그늘막, 폐쇄회로(CC)TV, 환경정보 안내 단말기 등이 함께 있는 ‘스마트폴’이 설치돼 있다. 이종섭 기자

세종시 해밀동에 재활용품 무인수거기(왼쪽)와 그늘막, 폐쇄회로(CC)TV, 환경정보 안내 단말기 등이 함께 있는 ‘스마트폴’이 설치돼 있다. 이종섭 기자

리빙랩의 핵심은 시민 참여다. 시민들이 생활 현장에서 개선이 필요한 문제들을 발굴하고 직접 해결 방안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 행복도시 리빙랩 사업에는 8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2021년 시민참여단 구성을 시작으로 도시 문제 발굴 과정부터 사업 완료 단계까지 3년여에 걸쳐 조성 사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대중교통 이용률과 재활용품 수거율을 높여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스마트 버스 정류장과 재활용품 자동 분리수거기 등이 제안됐다. 그 결과 해밀동을 비롯한 세종시 4·6생활권에는 스마트 버스정류장 4곳과 스마트 재활용품 수거함 6개, 다기능 그늘막인 ‘스마트폴’ 5개가 설치됐다. 이 밖에 시립도서관 이용 편의를 개선하기 위한 혼잡도 정보 제공 서비스와 로봇사서 서비스가 리빙랩을 통해 구축됐다.

조성을 마친 시설들은 세종시로 이관돼 시가 조만간 시범 운영을 할 예정이다. 향후 시민 만족도 등을 반영해 일부 시설은 점진적으로 도시 전체에 확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행복청은 신규 생활권 조성 상황 등에 따라 리빙랩 사업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정연준 행복청 국가시범도시팀 사무관은 “리빙랩은 시민들이 직접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서비스를 기획하는 참여형 사업”이라며 “신도시인 행복도시를 스마트시티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직접 도시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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