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 자료’ 된 AI 교과서 혼란, 이주호 책임져야

정부가 내년 3월부터 도입하려 한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가 ‘참고서’로 지위가 강등됐다. 이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26일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개정안 부칙에 따라 이미 검정을 통과한 AI 교과서까지 모두 지위가 떨어진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 교과서를 도입하려던 교육부 계획은 급제동이 걸렸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밀어붙이다 교육 현장 혼란을 자초한 책임을 져야 한다.

AI 교과서는 숱한 논란에도 교육부가 속도전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교육부는 올해 8월까지 교과서 검정 심사를 마치고, 9월부터 6개월간 현장에서 적합성을 검토하는 로드맵을 짰다. 하지만 검정 심사는 지난달 이뤄졌고, AI 교과서 구독료 협상도 지금껏 마치지 못했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해 왔다. 교과서 개발에 뛰어든 발행사들의 소송도 우려된다.

이 혼란은 충분한 의견 수렴과 현장 검증을 생략한 채 ‘내년 도입’부터 못 박은 교육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 교육부는 자체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이 AI 교과서에 긍정적이라고 했지만, 국회 교육위 야당 의원들이 지난 10~15일 학부모·교원 등 10만644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선 86.6%가 AI 교과서 도입에 반대했다. 학생들의 문해력 약화와 디지털기기 의존도 심화라는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 터다.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 24일 교육부의 1년 유예안과 흡사한 건의문을 낸 과정도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 교육감협의회 명의를 사용하기 위해선 17개 시도교육감의 3분의 2 이상 동의해야 하지만 그런 절차적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유감” 입장문을 냈다.

AI 교과서는 교육자료로 시작해 그 효과·문제를 검증해 개선점을 찾은 뒤 도입해도 늦지 않다. 교사·학부모 등의 동의도 필요하다. 이 장관은 무리한 속도전이 부른 이 혼란에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거부’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거부’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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