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고맙다는 말에 담긴 함께 사는 세상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고맙다는 말에 담긴 함께 사는 세상

한국수어

한국수어로 ‘고맙다’를 표현하고 있다. ⓒ레나

한국수어로 ‘고맙다’를 표현하고 있다. ⓒ레나

20대 후반 업무로 알게 된 분이 있었다. 물어볼 것이 있어 e메일을 드렸는데, 아주 상세하게 답변을 보내주셨다. 메일의 마지막에는 발신자의 이름과 ‘고맙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 느낀 감정은 낯섦이었다. 분명히 감사하다는 말은 내가 해야 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감사하다는 인사로 끝을 맺다니.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번 더 메일을 주고받으니 나도 뭔가 그분이 감사해야 할 일을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나도 요청받은 일들을 메일로 처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끝에 ‘감사합니다’나 ‘고맙습니다’를 붙인다.

요즘은 감사하다는 말에 대한 호응으로 ‘아니에요’를 많이 쓰지만, ‘별말씀을요’나 ‘천만에요’ 같은 격식 있는 표현도 있다. 어원을 들여다보면 감사하다는 말에 ‘결코 그렇지 않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라고 응답하는 셈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의 말은 우리의 다른 행동들로부터 의미를 얻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사용자의 문화와 행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말이다. 감사하다는 말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답변하는 기저에는 서로 돕고 사는 게 당연하다는 공동체 의식이 숨어 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가장 먼저 시켰던 교육도 감사를 표하는 일이었다. 외할머니는 관대한 편이었지만, 인사하는 것과 무언가를 받거나 도움을 받았을 때 고맙다는 표현을 하는 것에 무척 엄격했다. 어릴 때는 아무런 생각 없이 어른이 시키니 했는데, 이런 행동들이 상대를 존중하고 타인의 호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나이를 먹고 나서야 깨달았다.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면 고마워할 일들이 많다. 아침 식탁에 오른 쌀과 두부는 농부의 수고 덕분이다. 통근 버스나 지하철은 운전기사의 수고로 목적지로 이동한다. 운전하는 도로에 누군가가 그어놓은 선들이 사고를 막는다. 일상의 매 순간이 누군가에게 감사해야 할 일들이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고마움이 하나둘씩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다 문득, 고맙다는 말을 듣는 사람에게 장애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공용어인 한국수어(手語)를 사용해도 좋을 일이다. 손등을 다른 손의 날로 가볍게 두드리면 고맙다는 뜻이 된다. 주변을 돌아보고 감사를 표하며 새로운 해를 반갑게 맞이하는 따뜻한 연말이 되기를 소망한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