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 절차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장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코스피지수는 1% 넘게 하락했다. 환율 상승이 외국인의 증시 이탈을 부르고, 이로 인해 환율이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이탈 자금만 3조원이 넘는다. 지금까지 환율이 80원 가량 급등했지만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환율은 민생과 직결된다. 환율이 10% 상승하면 제조업 원가가 4.4% 뛴다. 환율로 밀·대두·옥수수 등 곡물 수입가격이 오르면 1~2개월 뒤 밥상물가가 오른다. 작금의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시절을 방불케 한다. 무엇보다 환율 안정이 급선무지만 단기 대응책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임명 거부가 촉발한 국회의 한 대행 탄핵으로 정치가 불안해지면서 환율은 천장이 뚫렸다. 한국의 대외 신인도도 앞으로 더 떨어질 일만 남았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무디스·피치가 모두 한국에 경고장을 날렸고, 외국 투자사들은 한국 주식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실물 경제도 최악이다. 시민들은 장 보기도 무섭고 연말 송년모임을 갖는 것조차 힘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달에 비해 12.3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기업심리지수는 87.0으로 전월에 비해 4.5포인트 하락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600대 기업을 조사해 내놓는 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는 34개월째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정부 기능이 마비되면서 트럼프 2기 대응을 위한 대미 협상 창구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대로 추락한다.
수십 년 피땀으로 일군 한국 경제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런데도 비열한 권력자는 제 한 몸 건사하겠다고 경호원들의 도움 속에 한남동 관저에서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 탄핵이 경제 위기를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적반하장이다. 헌법재판소를 9인 재판관 체제로 신속히 정상화하고 내란 수괴를 체포·구속하고 파면하는 것이야말로 경제 위기 극복의 전기를 마련하고 민생을 구제하는 유일한 길이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모니터에 이날 거래중인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거래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