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 취항 21일 만에 대형 사고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한 사고에 대해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이 탑승객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국 방콕 여행에서 돌아오는 어머니와 이모들을 마중 나왔는데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청사 앞에서 A씨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가족들은 방콕 여행에서 돌아오는 어머니와 이모들을 마중하기 위해 이날 오전 일찍 무안공항을 찾았다고 했다.
A씨는 “태국에서 돌아오는 어머니와 이모를 태워 가기 위해 공항을 찾았는데 연락이 없다”며 “나이 드신 어머니와 이모 5명이 한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3박5일 여행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오전 8시50분쯤 도착한다고 해 일찍부터 공항에 마중을 나왔다”면서 “전화를 하면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는다”고 울먹였다.
A씨의 60대 어머니와 이모들은 전남의 한 농촌 지역에 살고 있다. 자매들은 한해 농사일이 끝나 한가해지자 모처럼 가족 해외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무안공항에서 추락한 제주항공 7C 2216편 탑승객 중에는 방콕으로 여행을 떠난 전남·광주 지역 주민들이 많았다. 제주항공은 지난 8일부터 무안공항에서 출발하는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정기편 운항에 들어갔다. 태국 방콕은 화·수·토·일 등 1주일에 4번 오간다.
제주항공은 2018년 4월 무안공항에 첫 취항 했으나 해외 정기편 운항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참사는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정기 취항한 지 21일째에 발생했다.
가까운 공항에 동남아시아 관광지로 가는 정기편이 생기면서 한 해 농사를 마치고 농한기에 접어든 농촌 지역 주민들의 이용이 많았다. 장흥에 사는 60대 농민 4명도 방콕으로 여행을 다녀오다 사고를 당했다.
쌀농사 등을 하는 이들은 여행을 마치고 이날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현재 가족들과 소식이 닿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해남군에 사는 50대 주민 3명도 방콕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
수능시험을 마친 전남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등도 사고 여객기에 탄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교육청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남 교직원 5명과 학생 12명이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무안공항을 찾은 박형대 전남도의원(장흥)은 “지역에 사는 농민들이 농한기를 맞아 해외여행을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면서 “농민들의 해외여행이 참사로 끝나 참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