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보잉 737-800)가 29일 오전 9시 3분 경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담벽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 등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문재원기자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지목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에서 최근 6년간 항공기와 새가 부딪히는 사고가 10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안국제공항은 비행기 운항 횟수 대비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비율이 전국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29일 한국공항공사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 내 항공기 조류 충돌 발생 건수는 2019년 5건, 2020년 1건, 2021년 0건, 2022년 1건, 2023년 2건, 2024년(8월까지) 1건 등 총 10건이다. 착륙 시 200피트(약 60m), 이륙 시 500피트(150m) 이하에서 발생한 사고를 집계한 수치다.
한국공항공사가 제공하는 항공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무안국제공항에는 여객·화물을 합쳐 총 1만1004편의 항공기가 오갔다. 운항횟수 대비 조류 충돌 발생 비율은 0.09%로 집계된다. 비행기가 1만편 오갈 때 9건꼴로 새와 부딪혔다는 뜻이다.
2007년 문을 연 무안국제공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운항편수가 적은 국제공항으로 꼽혀왔다. 2022년에는 운항횟수가 192건에 불과했으나 1건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했다. 2023년은 1484건 대비 2건, 올해 8월까지 1725건 대비 1건이었다.

2019년 ~2024년 공항별 조류충돌 및 운항 편수
자료 : 한국공항공사,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2024년은 8월 기준)
발생률로 치면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높다. 인천국제공항 다음으로 교통량이 많은 제주국제공항의 경우, 6년간 총 92만6699편의 여객·화물기가 이·착륙했다. 같은 기간 조류충돌 사고는 119건 발생했다. 발생 비율로 치면 0.013%다. 운항 1만건당 버드 스트라이크가 1.3회 벌어지는 꼴이다. 무안국제공항의 7분의1 규모다.
김포국제공항의 경우도 6년간 총 75만7479편의 비행기가 오갔는데 그동안 140건의 조류충돌 사고가 있었다. 발생률은 0.018%로 무안국제공항의 5분의1 수준이다. 이외에도 6년간 42만7658편이 오간 김해국제공항은 147건(발생률 0.034%)을 기록했으며, 청주, 대구, 광주, 울산 등 공항도 조류 충돌사고는 대략 1만편의 비행 당 2~3회 수준으로 벌어졌다. 2019년부터 총 6271편이 오간 경남 사천공항은 조류 충돌이 5건 발생했으며 발생률은 0.079%로 무안국제공항 다음으로 높았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조류 충돌로 인해 실제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올해 기준 총 58건 중 2건(약 3.4%) 정도다. 하지만 한 번 피해로 이어지면 막대한 인명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사고로 손꼽힌다.
한국공항공사는 이연희 의원실에 “운항편수 및 조류충돌 발생건수가 많은 김포·김해·제주 등 3개 주요 공항에 대해 사용 활주로 별 4명의 전담 요원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안국제공항처럼 교통량이 적은 공항은 조류 충돌사고 대응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