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맞아 친구 분들과 여행”
아들 부부 생존 소식 기다리는 부모들도

김모씨 남매가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보여주고 있다. 강정의 기자
“아들~ 엄마 아는 언니가 제주에서 귤 보낸거 문 앞에 도착했대.”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만난 김모씨 남매(22세·15세)가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다. 어머니는 친구들과 방콕으로 여행을 간 지 이틀째인 지난 27일 이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아들에게 보냈다. 이들 가족은 광주광역시에 거주한다.
아직은 앳된 얼굴의 남매는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공항에서 사고 소식이 흘러나오는 TV를 줄곧 응시했다. 공항 청사 1층은 유가족들의 절규와 울음소리로 가득했고, 청사 앞 주차장에는 벌써부터 운구차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남매는 이날 둘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사고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광주에서 무안 공항으로 달려왔다. 이 남매는 “평소 뉴스를 보지 않아 소식을 몰랐다가 낮 12시쯤 어머니 친구 분이 연락을 해줘서 알게 됐다”라며 “친척 분의 차를 얻어 타고 공항에 오게 됐다”고 울먹였다.
남매의 어머니는 50대 초반으로 위암으로 1년 넘게 투병생활을 했다가 최근 건강 상태가 호전되면서 이번 여행을 계획하게 됐다.
남매는 “어머니가 오랜 기간 투병생활로 고생하셨고, 여행사에서 ‘크리스마스 방콕 여행 패키지’가 출시돼 모처럼 친구들과 방콕으로 놀러가신 것”이라면서 “여행 중에도 틈틈이 안부 등의 연락을 나눴었는데,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사고 소식이 믿겨지질 않는다”고 말했다.
한 70대 부부는 아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사고 비행기에는 아들과 며느리, 어린 손자 2명 등 4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부부는 “아이고 우리 애들 불쌍해서 어떻게….”라며 절규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 이들은 아들 내외가 전화를 받지 않자 무작정 이곳을 찾았다. 아들은 태국으로 떠나기 직전 전화를 걸어 “건강히 잘 다녀오겠다. 걱정 말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며느리와 어린 손자 2명이 아들과 함께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도 공항 도착 직후 사돈의 전화를 받고서 뒤늦게 알게 됐다. 이 부부는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이 이제 가족을 꾸려 행복하게 사는가 했더니, 이게 뭐냐. 이 억울함은 어디서 풀어야 하느냐”고 오열했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운구차들이 들어서고 있다. 강정의 기자
TV 앞에서 두 손을 모은 채 장인·장모의 생존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조모씨(70)는 “크리스마스 여행을 다녀오신다고 해 가족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용돈도 드렸다”며 “여행을 가시기 전 직접 뵙고 안부 인사도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라고 말끝을 흐렸다.
여객기에 회사 동료가 탔다는 김모씨(54)는 “같이 일하는 30대 동료가 부부동반으로 3박 4일 여행을 간다고 했다. 2년 전 회사에서 모범표창을 받는 등 성실했고, 내게는 아들이나 다름 없는 이”라며 “결혼한 지 5년 돼 올해 아이 계획까지 세웠다고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