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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무지개가 일상이 되길

비상계엄은 겨우 붙잡고 있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새해 계획을 잘 세워봐야겠다는 다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는 안갯속과 같은 미래의 불안을 매일 맞닥뜨리게 되었다. 동시에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광장이 열렸다.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꾹꾹 눌러왔던 억압의 상처가 분출되었다.

성소수자 단체들도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함께하고 있다. 광장에 마련된 ‘무지개 존’은 연대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에서 생애 첫 발언을 한 청소년 성소수자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자신의 발언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평소 위기 상황이 자주 발생해 걱정을 많이 하던 내담자였는데, ‘무지개 존’에서 만난 시민들의 환호와 격려가 큰 힘이 되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한편 12월에 청소년 성소수자의 일상이 앞으로 나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을 마주하기도 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은 보건복지부에 ‘성소수자 자살 예방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을, 서울시교육청에는 ‘포용적 교육 환경 조성’을 요구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의견을 지난 11월 제출한 바 있다. 두 번의 답변 연기 끝에 관계부처에서 최종 답변이 도착한 것이다.

성소수자 자살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5년마다 추진하는 자살예방기본계획과 자살실태조사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할 의사가 있냐는 질의에 복지부는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민감 정보에 대해 부정확한 답변을 할 확률이 높아 조사 항목에 사실상 포함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자살예방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나중을 말하는 현실에 기가 찼다.

서울시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 성소수자 포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요구엔 인간관계 중심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안전하고 정확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상담실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대해선 학교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취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혐오와 차별로 학습권을 침해받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간절한 요구에 비해 참 태연하고, 하나 마나 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 이렇게 무책임한 답변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윤석열 퇴진과 사회대개혁의 과제를 말하는 광장의 민주주의가 평등과 존엄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길로 확장될 때, 광장의 ‘무지개 존’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안전지대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쉽지 않은 삶만큼 그 과정 또한 쉽지 않은 길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광장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것은 일상을 바꾸는 집요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무책임한 답변조차 언젠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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