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헤어지는 마음이야 아쉬웁지만/ 웃으면서 헤어져요/ 다음에 또 만날 날을 약속하면서/ 이제 그만 헤어져요.”
딕훼밀리의 노래 ‘또 만나요’(사진)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엔딩 전문곡이다. 백화점이나 다방, 술집, 나이트클럽에서 이 노래가 나오면 곧 문을 닫으니 나갈 준비를 하라는 시그널이었다. 나이트클럽을 가득 메웠던 청춘들은 이 노래가 나오면 하나둘 인근 포장마차나 집으로 향했다.
그룹명인 딕훼밀리는 음악을 깊게 파는 그룹이라는 의미로 ‘딕(Dig)’을 썼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의 언어순화정책 때문에 ‘서생원가족’으로 개명했다. 리더 서성원의 성(姓)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드러머인 서성원을 리더로, 기타 이천행, 베이스 박수호, 키보드 문옥, 보컬 김후락·김지성, 테너 색소폰 이박무가 원년 멤버다.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첫 앨범을 낸 건 1974년. “해도 잠든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소근대는 너와 나를 흉보는가봐”로 시작하는 ‘나는 못난이’가 먼저 히트했다. 1976년 김응천 감독의 영화 <푸른 교실>(주연 임예진·이덕화·전영록)은 ‘나는 못난이’를 원작으로 삼았다. ‘또 만나요’는 같은 앨범에 실린 노래로 여기저기서 엔딩 곡으로 쓰이는 바람에 뒤늦게 사랑받기 시작했다. 싱어송라이터 오세은의 작품이다. 오세은은 많은 록밴드에서 리드 기타 겸 보컬리스트로 미8군 무대에 섰다. 통기타 가수로 전향하여 1974년 발표한 ‘고아’는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노랫말이 반사회적이라는 이유였다. ‘딕훼밀리’의 리더였던 서성원은 연전에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작고했으며 오세은도 2017년 세상과 작별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노래 제목처럼 헤어짐이 있으면 다시 만날 날도 있는 법이다.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