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철새도래지 옆 활주로 연장…환경평가서 “조류 충돌 위험성” 적시

이홍근·강한들·김상범 기자

이연희 의원 “지방공항 14곳 중 사고 발생률 가장 높아”

2020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이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 자체가 철새도래지 근방에 있어 충돌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보고서에 명시됐다. 조류 충돌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저감 대책을 강화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등록된 2020년 5월자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보면 조사를 맡은 용역업체는 공항에서 기체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국토교통부에 알렸다. 업체는 공항 활주로 운영 시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조류 충돌의 위험성이 크다”면서 “저감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적었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은 2021년 국토부 기본계획에 포함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5년까지 총사업비 492억원을 투입해 기존 활주로 2800m를 3160m로 늘릴 계획이다.

보고서에선 무안국제공항이 철새도래지 근방에 있어 충돌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공항 자체가 철새도래지인 무안저수지 옆에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새로 건설되는 활주로가 현경면·운남면의 철새도래지와 맞닿아 있어 철새 이동 경로와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엔 “현지 조사 결과 변경 대상과 주변 지역에 철새도래지가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혔다.

2020년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엔 구체적인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이 담겼으나 실행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활주로 연장 사업 사후환경조사를 맡은 용역업체는 지난 3월 부산지방항공청에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한 예방 활동 및 조류 퇴치 관리를 적정 이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하면서 미이행 사유를 “이행 시기 미도래”라고 적었다.

철새도래지를 공항 입지로 선정한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입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조류 충돌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데 의례적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경향신문이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에서 최근 6년간 항공기와 새가 부딪치는 사고가 10건 일어났다.

무안국제공항 내 항공기와 조류 충돌 건수는 2019년 5건, 2021년 0건, 2023년 2건, 2024년(8월까지) 1건 등 총 10건으로, 비행기 운항 횟수 대비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비율이 전국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Today`s HOT
원전 오염 토양 처리 시설 점검 위해 일본 방문한 사무총장 뎅기열 퇴치 캠페인이 시작된 필리핀 미국 겨울 폭풍과 홍수가 몰고 온 흔적 조류 독감 발생 여파, 달걀 관리에 투자하는 농장의 모습
강풍과 많은 눈이 빚어낸 캐나다 비행기 추락 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 기원 미사
평년보다 낮은 기온 맞이한 미국 시카고의 모습 케이프타운 대학생들의 시위
폭풍과 홍수로 피해를 입은 미국,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 과나바라 만 해변 환경오염으로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치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애미 말린스 팀의 훈련 회담 위해 인도를 방문한 카타르 국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