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공소장 속 쟁점

“계엄 2번, 3번 선포” 발언에
의원 체포 직접 지시한 정황
군·경 규모도 2500명 넘어
검찰 “내란죄 요건에 해당”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의 첫 기소 대상자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개한 공소사실 요지는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앞둔 윤석열 대통령 공소장의 ‘예고편’과 다름없었다. 검찰이 낸 ‘보도참고자료’에는 김 전 장관(39번)보다 윤 대통령(49번)이 더 많이 등장했다. 계엄 선포가 정당하다고 주장한 윤 대통령의 12·12 대국민 담화를 반박하는 내용도 담았다. 검찰과 윤 대통령의 엇갈린 입장은 향후 윤 대통령 형사재판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선 담화에서 “계엄령 발동 목적은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병력 투입 이유에 대해선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자신과 대화하면서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공개한 군·경찰 지휘부 등에 대한 수사 결과는 윤 대통령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라고 말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며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는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며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도 지시했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1시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뒤에도 이 전 사령관에게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는 의도를 확인했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국회와 그 주변에 투입한 군경만 2500명이 넘었고 “대통령이 무장한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했다”고 했다. 부사관 이상만 투입했다는 주장과 달리 일반 병사가 100명 이상 투입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처럼 ‘경고성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가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와 관련해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이 밝힌 수사 내용은 적나라하다. 민간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사전 모의를 통해 선관위 전산 서버실을 장악할 것을 지시했고,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은 이것이 윤 대통령 지시라고 언급했다. 선관위 직원 체포조로 동원된 정보사 요원 36명은 송곳·안대·포승줄·야구방망이·망치 등을 준비했다.
- 사회 많이 본 기사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준비를 “오로지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윤 대통령이 적어도 올해 3월부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계엄을 염두에 둔 발언을 김 전 장관뿐 아니라 여 전 사령관 등에게도 여러 차례 했고, 지난달부터는 실질적인 계엄 준비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 국회의원, 선관위를 강압해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또 검찰은 “다수의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여의도, 과천 등 일대의 평온을 해했다”며 내란죄 구성 요건인 ‘폭동’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측은 “통치행위”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이나, 헌재와 대법원은 이미 “통치행위도 사법심사 대상”이란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