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권영세 비대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무안 | 한수빈 기자
책임 빠진 계엄·탄핵 “사과”
야당에 “입법 폭거 멈춰달라”
보수 지지층 의식 메시지만
권성동 기조 그대로 이을 듯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권 위원장은 취임 일성에서 12·3 비상계엄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전후 여당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야당에 “입법 폭거를 멈춰달라”고 말하고, 광화문 민심을 거론하는 등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메시지를 되풀이했다. 지도부 역시 친윤석열계 일색으로 구성해 직전 권성동 지도부의 ‘윤석열 비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전국위원회는 이날 제14차 전국위원회의를 통해 권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한 지 2주 만이다.
권 위원장은 서면 취임사를 통해 “우리 당, 우리 국회, 우리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너무나 송구스럽다”며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여당으로서 비상계엄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 계엄 해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는 빠졌다. 헌정질서 파괴 행위를 ‘불안과 걱정을 끼친’ 행위로 규정하고, 국회·정치의 공동 책임 문제로 파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한 비판 수위도 권성동 지도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줄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입법 폭거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권 위원장 취임사는 국민의힘 당원과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당원들을 향해 “천막당사에서도 우리는 다시 일어섰고, 8년 전 탄핵의 모진 바람도 이겨내고 당을 재건하여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다”며 “지금의 위기 앞에서는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지난 주말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운 국민을 보면서 마음이 참으로 아팠다”며 “이 추운 날씨에 거리에 나오신 우리 국민들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지도부 인선도 함께 발표했다. 소장파 일부 초선을 기용했지만 친윤·원내가 중심이 돼 ‘도로친윤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대위원에는 3선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 재선 최형두 의원(경남 창원 마산합포), 초선 최보윤(비례대표)·김용태(경기 포천·가평) 의원을 내정했다. 주요 당직자로는 사무총장 이양수 의원(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전략기획부총장 조정훈 의원(서울 마포갑), 조직부총장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구갑), 수석대변인 신동욱 의원(서울 서초을),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강명구 의원(경북 구미을)을 내정했다.
취임사와 인선만 놓고 보면 권 위원장은 친윤인 권성동 지도부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과 내란 특검 등에 대해 “국민의힘에 내란 낙인을 찍어서 모조리 수사 대상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권 위원장도 지난 27일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헌정사상 여야 합의 없이 헌법재판관이 임명된 사례는 없다”고 하는 등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31일 제20차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비상대책위원을 임명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