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10명 중 4명은 내년 중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진보 유권자들일수록 ‘빠른 개헌’을 선호했으며,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유권자들은 개헌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다수 유권자들이 개헌을 한다면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고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2030·여성·학생 유권자들은 ‘기본권 보장’ 같은 생활밀착형 의제를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 28~29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약 헌법을 개정한다면 적절한 개헌 시기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2025년 내’를 선택한 비율이 38%로 가장 많았다. ‘2026년 지방선거와 동시에’는 22%, ‘지방선거 이후’가 13%였다. ‘개헌할 필요 없다’ 18%, 잘 모른다는 응답 9%였다.
탄핵 찬성, 진보 응답자들은 ‘빠른 개헌’을 선호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47%가 ‘2025년 내’를 선택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절반이 넘는 53%가 2025년 내 개헌을 선택했으며 ‘개헌 불필요’ 응답은 7%에 그쳤다.
반면 탄핵에 반대한다는 사람들은 ‘개헌 불필요’를 선택한 비율이 38%에 달했다. ‘2025년 내’를 택한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2026년 혹은 지방선거 이후를 택한 응답자도 각각 18%·19%였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도 33%가 개헌이 필요없다고 답했다.
보수·진보 유권자들의 이같은 여론은 여야 정치권의 입장과 상반된다. 개헌이 필요 없다고 여기는 보수 유권자들의 여론과 달리, 보수 여당이 더 개헌에 힘을 주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전까지 여당 내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임기단축 개헌 후 조기 대선’ 시나리오를 제시했었고, 이후에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대통령제 변경이 필요하다”며 개헌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은 “탄핵 정국의 시선을 돌리려는 꼼수”라며 개헌론에 미온적이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윤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현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개헌을 서두르자는 응답으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며 “반면 탄핵에 반대하는 응답자들은 개헌을 하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연달아 집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 유불리에 따라 계산적으로 개헌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정치인들과 달리, 유권자들의 여론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향후 리더십에 대한 전망 등을 솔직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헌법을 개정한다면, 새 헌법에서 바꾸거나 새로 담아야 하는 내용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36%가 ‘5년 단임제 개정’을 꼽았다. ‘기본권 권리 보장’ 25%, ‘헌법 전문에 5.18 정신 명문화’ 14%, ‘한반도 부속 도서 국토 규정 현실화’ 7% 순으로 조사됐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5년 단임제 개헌을 택한 비율은 중도층 그룹에서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진보층의 32%, 보수층의 34%가 해당 응답을 골랐다.
‘5.18 정신 명문화’는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라 거주자의 31%가 이를 선택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타 지역은 대략 10%~20% 정도가 해당 선택지를 골랐다.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는 25%가,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는 단 3%만이 해당 응답을 선택했다.
여성 유권자들일수록 개헌 주요 의제로 ‘기본권 보장’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여성의 32%가 해당 선택지를 골라 5년 단임제(30%) 응답을 앞질렀다. 반면 남성은 42%가 5년 단임제를, 19%만이 기본권 보장을 꼽았다.
직업별로는 학생(36%), 전업주부(33%), 연령별로는 18~29세(37%), 30대(42%)가 다른 개헌 의제 가운데 다른 선택지들을 제치고 ‘기본권 보장’을 가장 높은 비율로 지지했다. 이 응답은 무당층 그룹에서도 31%로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