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청년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가 개최한 ‘아메리카 페스트 2024’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정상외교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문제로 ‘수출과 관세’를 꼽는 이들이 가장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31일 나왔다. 정부가 일본과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도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미래지향적 협력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견해보다 우세했다.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국가로는 미국을 선택한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부가 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외교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현안’을 물은 결과 37%가 ‘수출과 관세’를 꼽았다. ‘한·미동맹 강화’(29%)를 꼽은 답변보다 8%포인트 높았다. 국내 경기 불황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진보 및 중도 성향 응답자 가운데 각각 41%와 46%가 ‘수출과 관세’를 꼽았지만 보수 성향 응답자 중에선 22%에 불과했다. 반면 ‘한·미동맹 강화’는 보수 성향 중 45%가, 진보 및 중도 성향 중에선 각각 20%와 21%가 선택했다.
중점을 둘 외교 현안으로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17%)과 ‘대북 외교 협력’(7%), ‘주요 산업의 미국 내 투자’(6%), ‘우주 개발’(1%) 등이 뒤를 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주장하며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거래에 나서며 한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한·일 관계를 두고는 ‘협력과 함께 미해결 과거사 문제도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응답이 53%로 과반을 차지했다. ‘과거사 문제보다 미래지향적 협력에 주력해야 한다’는 45%였다. 이념과 지지 정당 등에 따라 답변이 갈렸다. ‘과거사 문제 제기’ 응답은 진보 성향 중 70%, 더불어민주당 및 조국혁신당 지지자 중에서 각각 74%와 89%를 기록했다. 반면 보수 성향 중 63%, 국민의힘 지지자 중 73%가 ‘미래지향적 협력’을 선택했다. 중도 성향 중에서는 ‘과거사 문제 제기’가 57%로, ‘미래지향적 협력’(42%)보다 많았다.
‘새해 한국 정부가 외교 역량을 집중해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야 하는 국가’를 두고는 80%가 미국을 꼽았다. 이 문항은 선택지가 없는 자유 응답 형식이었다.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와 내년 1월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10%, 북한 2%, 일본과 러시아가 각각 1%로 집계됐다. 미국이 압도적인 선택을 받은 만큼 이념과 지지 정당 등에 따른 뚜렷한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다만 보수 성향 및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미국을 선택한 응답이 비교적 많았고, 진보 성향 및 민주당·조국혁신당 지지층에서는 중국을 꼽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