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 미지근···북·러 밀착과 뚜렷한 대조
“북·중 관계 변화는 75년 반복된 역사적 흐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3일 북한을 방문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왼쪽)을 접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과 중국이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선포한 ‘북·중 우호의 해’가 폐막식 없이 마무리됐다.
31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하장에서 북·러 신조약을 적극 이행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계속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중 우호의 해 관련한 소식은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중이 올해를 우호의 해로 제정하고 개막식 행사까지 진행했지만 이후 고위급 방문이 거의 없었고, 폐막식 행사도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에서도 북·중 우호의 해 관련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북·중 우호의 해 관련해 중국이 어떤 행사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중국과 조선(북한)은 우호적인 가까운 이웃으로 시종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올해 초만 해도 북·중이 활발한 교위급 교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4월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이 열렸고 중국 정부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했다. 연내 김 위원장이 방중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이후 눈에 띄는 고위급 교류는 없었다.
북·중 관계가 미지근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연달아 포착됐다. 왕야진 주북 중국대사는 지난 7월 27일 북한의 전승절(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일) 행사에 불참했다. 다롄에 설치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기념 동판이 제거됐다. 북한의 신의주시와 중국 단둥시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개통 소식도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북·중 관계의 미묘한 모습은 북·러 관계가 활발해진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한쪽이 무력침공을 당하면 상호 원조한다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했다. 북한은 올 하반기 세계에서 유일하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장에 파병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10월 6일 러시아·중국 정상이 수교 75주년 기념 축전을 보내왔다며 이전 관례와 달리 러시아를 중국보다 앞에 배치했다.
북·중 관계의 미묘한 기류는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불편함을 느껴 거리를 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방 매체에서는 북·중 관계 이상설 등도 제기한다.
북·중 관계가 미지근한 상태지만 냉랭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한 해 동안 한반도 문제 관련한 논평 요청에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과 혼란은 허용할 수 없다”며 ‘한반도’를 강조했다. 미국의 위협을 우려하는 북한의 관점을 중국도 여전히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북·중 관계 전문가는 “북·중 관계는 기본적으로 수평적이며 지난 75년 동안 각자의 필요해 따라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일을 반복해 왔다”며 “현재 상태도 정상적 북·중 관계의 한 모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