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나갔다 올게, 아들” 그 모습이 마지막···고파도 선박 실종자 가족들 ‘침통’

강정의 기자

구도항 어민회관에 실종자 가족 모여

“5형제 중 장남…책임감 강하셨는데”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전업

충남 서산 고파도 전복 선박 실종자 가족이 31일 구도항 어민회관 앞에서 수색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강정의 기자

충남 서산 고파도 전복 선박 실종자 가족이 31일 구도항 어민회관 앞에서 수색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강정의 기자

“불과 하루 전에 아버지께서 ‘일 나갔다 올게 아들!’이라고 말씀하시며 일터로 떠나셨는데….”

31일 충남 서산시 팔봉면 구도항 어민회관 앞에서 만난 ‘서해호’ 실종자 김모씨(56)의 아들(23)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덤프트럭 기사인 김씨는 전날 서산 고파도 인근에서 전복된 서해호에 승선해 있었다. 그는 배에 실려 있던 트럭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어민회관 2층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지원실에는 김씨 가족과 지인 20여명이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와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일부는 창 밖으로 하염없이 수색 현장을 지켜봤다.

김씨 아들은 “아버지께서 평소에는 새벽에 일을 나가시는데, 마을에 잠깐 들를 일이 있다시며 어제는 오전 11시쯤에 출근을 하셨다”며 “어머니께서 사고 소식을 먼저 들으셨고, 어제 밤 늦게 인근에 있던 친·인척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5형제 중 장남이셔서 엄하시면서도 책임감이 무척이나 강하셨던 분”이라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작은 아버지들도 모두 아버지를 무척이나 따르셨다”고 울먹였다.

태안해경이 31일 충남 서산시 팔봉면 고파도 인근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태안해경 제공

태안해경이 31일 충남 서산시 팔봉면 고파도 인근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태안해경 제공

충남 태안군에 사는 김씨는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덤프트럭 일을 시작했다. 그의 아들은 “예전에는 물고기를 싣고 부산을 왔다갔다하시는 15t 규모의 활어차를 몰고 다니셨다”면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일이 어려워져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즈음부터는 덤프트럭 모는 일을 해오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름 유출 사고가 나지 않고 아버지께서 기존에 하셨던 일을 지금까지 해오셨더라면 이런 일을 당하지는 안하셨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더뎌지는 수색 작업 소식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김씨의 한 친척은 어민회관 인근에 정박된 배를 가리키며 “나는 처음에는 저 배 인 줄 알았다”며 “물도 다 빠졌는데 왜 이리 수색이 더딘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씨와 마지막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대화를 나눈 동료는 어민회관 인근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두 사람의 마지막 통화는 사고 당일 오후 6시17분부터 38초간 이뤄졌다. 사고가 발생하기 9분 전이다.

20여년 넘게 김씨와 알고 지냈다는 B씨는 “사고 직전에 전화가 왔고 ‘배가 기울고 있다’고 했다”며 “얼른 차 시동을 끄고 3층에 있는 선장실로 뛰어 올라가서 구명조끼 옆에서 당 떨어지지 않게 초콜릿 먹으면서 상황을 지켜보며 행동하라고 했는데…”라고 한탄했다.

김씨 등 모두 7명이 타고 있던 서해호는 전날 오후 6시26분쯤 고파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됐다. 김씨를 비롯한 3명이 아직 실종 상태다. 해경 등은 사고 해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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