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11m 높이면 머리에 물 폭탄 ‘불안’”…경남 의령 주민들 기후댐 건설 반대

김정훈 기자
경남 의령군 가례면 괴진리 서암저수지에서 우곡마을 최고령 이선희씨가 가례천댐 건설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경남 의령군 가례면 괴진리 서암저수지에서 우곡마을 최고령 이선희씨가 가례천댐 건설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건설이 경남 의령 등 지역 주민 반대와 계엄사태·탄핵 정국에도 계획대로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댐 건설 후보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31일 경남 의령군에 따르면 가례면 괴진리 서암저수지 밑에 있는 우곡마을 주민들은 지난 17일부터 30일까지 의령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제방을 높이면 주민 머리 위에 물 폭탄을 설치하는 것과 같다”며 댐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환경부와 의령군 마을 뒤쪽 150m 지점에 있는 서암저수지(농업용수) 제방을 11m가량 더 높이고 총 담수용량을 485만t으로 기존보다 두 배나 늘리려 해서다. 환경부는 서암저수지를 홍수조절댐으로 재개발하려고 한다. 현재 서암저수지의 제방은 높이 23m에 길이 192m로, 총 담수용량은 205만t 가량된다.

지난달 20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 의령군청 앞에서 우곡마을 주민들이 기후댐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지난달 20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 의령군청 앞에서 우곡마을 주민들이 기후댐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주민 이선희씨(95)는 “25년 전 마을 바로 옆에 의령군민 식수용저수지를 만든다고 본래 있던 마을에서 쫓겨났는데, 이번에는 마을 뒤편에 저수지의 둑을 높인다고 하니 하루하루가 불안하다”면서 “둑을 높이면 저수지 물가에 있는 조상들 산소도 수몰될 판”이라고 말했다.

임봉순 마을이장(60)은 “처음 이주할 때 집마련 한다고 빌린 빚도 아직 못 갚은 주민들이 있다”며 “평생 살던 고향을 떠나 어디서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례천댐은 지난 7월 환경부가 발표한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 등 기후대응댐 건설 후보지(안) 14곳 중 1곳이다. 의령군이 댐 건설을 신청하고, 환경부가 후보지로 선정했다.

환경부와 의령군이 제시하는 가례천댐 추진 이유는 100년 빈도의 홍수 피해에 대비해 하류에 있는 의령천과 의령 시가지를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현재 서암저수지를 증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11월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경남 의령군 가례천댐, 경북 김천시 감천댐 등 낙동강권역 기후댐 건설 후보지 7곳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었지만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환경부는 계엄사태 직후인 지난 12월 4일 대구 엑스포에서 2차 공청회 개최를 강행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투입된 경찰과 반대주민·환경단체간 몸싸움도 있었다.

경남 의령군 의령읍 의령군청 앞에서 우곡마을 주민들이 기후댐 건설을 반대하며 천막농성 중이다.  김정훈 기자

경남 의령군 의령읍 의령군청 앞에서 우곡마을 주민들이 기후댐 건설을 반대하며 천막농성 중이다. 김정훈 기자

낙동강 권역 주민 뿐 아니라 강원 양구군(수입천댐), 충북 단양군(단양천댐), 충남 청양군(지천댐), 전남 화순군(동복천댐) 등 4곳의 주민들의 반대도 계속되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들은 “기후재난으로 100년에 한번 쏟아지는 폭우를 위해서 소규모 댐을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일본 처럼 큰 홍수가 예상될 때 주변의 농지와 토지를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할지, 주민들과 함께 재난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당초 지난 이달 말 댐 건설 후보지를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 등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사업 진행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댐 후보지를 확정하면 오는 3월부터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027년부터 기후댐을 건설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달 중 기후댐 건설을 포함한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을 심의 한 뒤 후보지를 확정할 계획”이라며 “댐 건설에 긍정적인 지역 10곳을 먼저 추진하고, 반대지역 4곳은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의령군 가례면 괴진리 우곡마을 뒤쪽에 제방 높이 23m의 서암저수지가 보인다. 김정훈 기자

경남 의령군 가례면 괴진리 우곡마을 뒤쪽에 제방 높이 23m의 서암저수지가 보인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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