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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로 젖은 마음, 트라우마로 멍들었다···‘재난 트라우마’ 겪는 시민들

입력 2024.12.31 17:38

수정 2024.12.3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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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유가족이 쓴 편지가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유가족이 쓴 편지가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광범위하게 유통되면서 대형 재난마다 반복된 국민적 트라우마가 재연됐다. 사고 발생 직후 여객기가 동체착륙해 활주로를 돌진하다 폭발하는 장면까지 여과없이 방송 화면 등에 방영돼 유가족뿐 아니라 참사 광경을 지켜본 시민들도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심리학회는 31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 생존자를 위한 정부의 세심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은 “재난사고는 유가족과 생존자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은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갑작스러운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면 여러 심리적, 신체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그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참사 당사자는 물론, 참사를 지켜본 시민들도 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심장박동 증가, 불면, 소화불량, 근육 긴장이나 피로감, 식욕 변화 등과 같은 신체 반응이나 사고 현장 및 관련 소식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악몽·무력감·분노·우울감 등을 경험할 수 있다”며 “자신의 상태를 느끼고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사고 소식을 접한 시민 중에 무기력과 절망감 등 트라우마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직장인 양모씨(32)는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터라 더 안타까웠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영문도 모르는 채 변을 당했을 상황이 떠오르고, 아직 비행기가 폭발하는 영상이 머릿속을 맴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진형씨(29)도 “비행장에서 군 복무를 해 활주로에 비행기가 착륙하는 광경이 익숙한데도 비행기가 어디 부딪히거나 폭발할 거란 상상은 못 해봤다”면서 “아직 떠돌아다니는 무편집 사고 영상들을 볼 때마다 두렵다. (영상이) 더는 퍼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항공사 승무원 A씨(28)는 “비상상황에 대비한 안전훈련을 정기적으로 받아왔지만 이번 사고는 손 쓸 틈도 없었던 것 같다”면서 “(사고기가) 동체착륙을 해서 (외벽에) 부딪히기 직전까지 조종실에서 느꼈을 절망감을 떠올리면 정말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전날 성명에서 “중요한 것은 생존자와 유가족, 목격자 및 이 사고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사람의 마음 고통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시민들이 사고 관련 기사나 사진·영상 등 미디어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상황을 지적하며, 사고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시간을 정해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참사를 둘러싼 음모론이 무분별하게 제기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데 대한 우려도 높다. 이번 사고 직전 마지막 평일인 지난 27일 주식시장에서는 제주항공 주식 대량 매도가 나왔다는 이유로 ‘사전에 예견된 사고’라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상 제보자에 대해서도 ‘마치 사고를 기다렸다는 듯이 정확하게 찍었다’거나 무속, 북한 등과 관계 지은 음모론이 SNS에서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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