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덕여대 졸업생 연대 김강리씨(26)가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의 무대에 ‘민주 동덕’이라 적힌 깃발을 펼치고 발언하고 있다. 이예슬 기자
‘남녀 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나섰던 동덕여대 재학생·졸업생들이 최근 광장과 거리로 나아가 학교 안팎의 시민들과 연대하고 있다. 광장의 시민들은 동덕여대 문제를 학생들의 얘기로만 치부하지 않았고, 여의도·남태령에서 이어져 온 연대의 목소리는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한 지지와 응원으로 이어졌다.
3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본관 점거를 해제했다. 하지만 재학생 연합·졸업생 연대가 꾸려져 학교와의 싸움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학교 측은 시위 초반부터 ‘외부 세력 개입’을 주장하면서 학교 밖의 배후를 거론했는데, 광장의 촛불과 응원봉이 그 배후가 된 것이다.
과잠시위·대자보도 막으려…졸업생들 “비민주적 학교 바로잡지 못한 데 책임감 느껴”
지난 3일 학생들의 본관 점거가 해제된 후 학교 측은 학생들을 상대로 무리한 압박을 이어왔다. 동덕여대는 재학생 21명을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최근에는 ‘과잠(학과 점퍼) 시위’를 소방기본법·교통안전법 위반이라 주장하며 수거하려 했다. 학생들이 쓴 대자보를 ‘불법 게시물’이라며 금지하고 허가제로 집회·대자보를 할 수 있게 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언니들’이 나섰다. 동덕여대 졸업생들은 “비민주적인 학교를 바로잡지 못한 데 선배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졸업생 연대를 결성했다. 졸업생 연대의 김강리씨(26)는 3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2017년도에 학생들이 학사 제도 협의체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을 때에도 학교가 이를 무시해 학생들이 본관 점거에 나섰는데, 협의체가 구성된 후에도 학교의 비민주적인 태도는 여전했다”며 “선배들이 학내 민주주의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데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재학생들을 향한 외부의 겁박·조롱에도 미온적이었던 학교 측 대응도 선배들이 나선 이유다. 김씨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여성 혐오 여론에 던져 넣었고, 후배들에 대한 온라인상 테러가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외부 세력 운운하는 학교에 위축되지 않아…끝까지 싸울 것”
동덕여대 학생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거리와 광장으로 나가 시민들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8일 김씨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의 무대에 ‘민주 동덕’ 깃발을 들고 올랐다. 김씨는 “대학본부가 고소·고발로 학생들의 시위를 틀어막고 대자보조차 떼어내도 ‘민주 동덕’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있다”며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사람들에게 온몸으로 부딪혀 배운 연대의 가치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에는 재학생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회에서 연대 발언에 나섰다. 시민들과 장애인 활동가들이 지난 27일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민주없는 민주동덕’ 집회에 참여해 연대로 화답했다.
이들은 “연대의 힘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재학생 연합의 A씨는 “학교가 ‘외부세력이 시위의 배후에 있다’고 압박해 처음에는 위축되기도 했으나 이는 그만큼 외부에 학교 문제가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도 동료 시민으로서의 연대를 이어가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동덕여대는 10년간 8차례 학생총회가 성사될 정도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학교”라며 “‘윤석열의 나라’에서 ‘남태령의 시민들’이 나왔듯이 학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지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